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이 20일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의 최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시청 압수수색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한국당 시당은 황 청장이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당의 유력 시장후보와 '부적절한 만남' 의혹을 제기하며, 여당과 진보진영의 파상공세를 빗겨갔고, 역으로 의혹의 대상이 된 황 청장은 '정치공세'라며 입을 닫았다.
한국당 박학천 울산시당 대변인과 김영중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청장에 대해 "집권여당의 유력 시장후보와 만났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이것이 사실이냐. 만났다면 언제, 어디서, 왜 만났는지, 그리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밝히라"고 공개 질의했다.
# 한국당, 정갑윤 의원 중심 투쟁위 구성 대응
박 대변인은 황 청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수사에 대해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통상적인 수사 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한 발언을 언급한 뒤 "사법기관 수장이 특정후보를 만났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고, 부적절한 행동임에 틀림없다"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그는 이어 "황 청장이 여당의 유력 시장후보와 통화했다는 의혹도 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있어 경찰의 엄정 중립을 입증하고 이번 사태가 편파수사, 기획수사라는 일각의 오해를 벗기 위해서라도 통화내역을 공개할 용의는 없느냐"고 몰아붙였다.
한국당 시당은 공개 질의에 대한 황 청장의 답변이 불충분할 경우 추가 의혹을 제기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하지만 돌아온 황 청장의 답변은 내용이 없었다. 황 청장은 울산경찰청 홍보팀장을 통해 "(한국당 울산시당의) 이날 공개 질의가 정치공세에 불과하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정갑윤 시당위원장을 중심으로 '공작수사저지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21일 오후 2시 울산경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오는 22일에는 울산경찰청 앞에서 '자유한국당 파괴음모 저지 분쇄규탄대회'를 갖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 여당·진보정당, 김 시장 겨냥 연일 공세
한국당 시당이 황 청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날을 세운 이날, 여당과 진보정당은 김 시장을 직접 겨냥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비난전을 이어갔다. 네거티브 없는 깨끗한 선거, 아름다운 정책선거를 부르짖던 여당과 진보정당 주요 후보들은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 시장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경찰의 공개수사 착수 닷새째인 20일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예비후보인 심규명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했고, 민중당 울산시장 예비후보인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은 건설비리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여기에 민중당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 예비후보인 권오길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가세해 김 시장 측근과 친익척의 건설비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규명 변호사는 이날 오전 민주당 기초단체장 출마자와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시장의 동생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결국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공격했다.
# 지방선거 네거티브전 양상 우려
심 변호사는 회견에서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당시 예비후보였던 김 시장 측근의 금품 선거를 거론한 뒤 지난 19일 한국당 울산시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결백을 주장한 김 시장에 정면 반박했다.
그는 "김 시장이 사업승인이 나지 않았다고 한 아파트 건설은 시행사를 달리해 오는 6~7월께 준공을 앞두고 있다"면서 "이는 김 시장의 동생이 아파트 인허가 등에 형인 시장의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해 상당한 금품의 지급을 약속받은 전력적인 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04년 경선 당시의 사건과 같이 동생을 잠적 또는 도주하게 해 꼬리자르기식으로 무마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김 시장의 분명한 해명이 없다면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또 다른 문제와 의혹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김창현 시당위원장도 같은 곳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김 시장의 재임기간에 건설 인허가가 난 아파트 신축현장 30곳에 대해 전면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시당에 '건설비리 119센터'를 개설한 19일 하루 만에 울산시 건설비리와 관련한 신고가 빗발쳤다"며 이 같이 촉구했다.
같은 당 권오길 예비후보도 이날 같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적 이익 지키기에 급급한 김 시장은 이미 시장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최성환기자 c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