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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2월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발에 걸려 넘어진 친구를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날 그 곳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에게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자, '장난인줄 알았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라고 대답했다. 학교폭력을 그저 지켜만 본 것이다.

가해조력자, 가해강화자, 방관자 이렇게 세 부류로 나뉘는 학교폭력의 주변인은 학교폭력 현장에 미치는 힘이 지대하다. 집단 괴롭힘의 전개 과정과 역할구조에 관한 연구 논문에 의하면 또래 괴롭힘 상황에서 어떤 개입도 하지 않는 방관자적 태도는 가해행동을 암묵적으로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한다.

가해조력자란 가해자보다는 덜 주도적이지만 학교폭력의 현장에서 가해자의 가해 행위를 도와주는 학생집단을 뜻한다. 가해강화자는 가해활동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구경꾼을 모아오거나 가해학생을 자극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학교폭력의 가해상황을 더 강화하는 학생집단이다. 그리고 방관자는 가해자, 피해자, 조력자, 강화자를 뺀 나머지 모든 학생을 일컫는 개념으로 학교현장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실제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자신을 가장 힘들게 괴롭힌 학교폭력 유형으로 집단따돌림(83.8%)을 선택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무관심을 가장 큰 상처의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지켜본 학생 대부분은 같이 피해를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방관자이자 공범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상처 또한 피해학생 못지않다. 학대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의 걱정은 성인과 비교할 수 없다. 방관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자조, 자괴감 그리고 자신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안감과 소화장애, 불면증, 우울증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한 연구결과에서 상황별 정신적 트라우마를 수치화시켜보니 지진 현장에서의 경찰이나 소방관보다도 학교폭력 방관자가 2배 이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었다.

학교폭력을 지켜보기만 했던 아이들도 사실 학교폭력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인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더라도 피해자의 수가 높은 학교폭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는 없을까? 대다수 방관자가 방어자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피해자를 지지하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가해 행동은 줄어들게 된다. 학교폭력이 67% 감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해외 연구 결과다. 만약 방관자가 피해학생을 돕는다면 가해학생은 더 이상 가해행동을 즐기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도 학창시절 같은 반에 학교폭력피해를 입는 학생을 본 적이 있다. 많은 학생들이 놀리거나 괴롭혔지만 선뜻 나서서 보호해 줄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그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멀리 해오던 중 하루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 이름 옆에 하트표시를 한 피해학생의 노트가 발견되었다.

필자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본 그 순간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봐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그 때 필자를 의지 했을 피해학생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함께 놀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무서워하기만 했던 모습이 피해학생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항상 후회스러운 감정이 남는다. 만약 그때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어주었다면 어땠을까? 피해학생 뿐만 아니라 필자도 성인이 될 때까지 상처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어 주는 것. 피해학생을 위해서 그리고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 용기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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