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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라고도 하고 우유가 흐른 자국이라고도 하는 이 뿌옇게 흐린 것이 실제로는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 '은하철도의 밤'은 이렇게 시작한다.
"만약 은하수가 진짜 강이라면 우리는 하늘의 강물 속에 살고 있는 거지요. 물이 깊으면 깊을수록 파랗게 보이는 것처럼 하늘의 강바닥이 깊고 멀수록 별도 더 많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만큼 더 하얗고 뿌옇게 보입니다"
우주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끝없는 상상이 동화로 아름답게 빚어진 작품이 '은하철도의 밤'이다. 미야자와 겐지는 이 작품을 1924년부터 1933년까지 일곱 차례나 고칠 만큼 공을 들였지만 뜻밖의 죽음으로 완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 작품에 비어있는 곳도 있고, 흐름이 끊어지는 곳도 있지만, 이대로도 숨이 멈출 만큼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은하축제는 일본에 실제로 있을까? 왠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은하축제의 날 '별자리 여행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며 강물에 등불을 띄우러 가는 아이들을 보며, 조반니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고 고개를 떨군다. 조반니의 아버지는 먼 바다로 일 하러 가 소식이 끊어졌고, 엄마는 병이 들어 조반니가 우유를 받아 가져다주어야 한다. 캄파넬라와 함께 있는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쓸쓸해진 조반니는 언덕으로 뛰어간다. 깜깜한 소나무와 졸참나무 숲을 지나자 별안간 드넓은 하늘이 펼쳐지고 새하얗게 남북으로 걸쳐진 은하수가 보이고 검은 들판 너머로 기차 소리가 들린다. 조반니는 캄파넬라와 함께 기차를 타고 어두운 하늘 속 은하를 여행한다. 백조자리를 지나며 눈처럼 내려오는 백조들을 만나고, 전갈 별자리를 지나며 죽은 전갈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미 세상을 떠난 청년과 남매를 만나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생각을 한다.
'나는 저 전갈처럼 모든 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 따위는 백 번 불에 타도 괜찮아'
조반니의 목소리에 미야자와 겐지의 철학과 깨달음이 전해져 온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비쳐오네. 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임순옥 아동문학가
임순옥 아동문학가

추억 속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와 동화 '은하철도의 밤'의 이미지가 많이 닮았다. 실제로 '은하철도 999'는 마츠모토 레이지가 이 작품에 영감을 받아서 창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대체 행복이란 걸 모르는 쓸쓸한 아이가 밤하늘을 보다가 은하를 여행하는 기차에 오른다. 친구를 만나고 별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주 정거장에 20분간 정차를 한다'
아득한 밤하늘을 끝없이 올려다보게 만드는,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환상적인 모티브가 아닐 수 없다. 책을 읽고 나면 어느새 나도 그 쓸쓸한 아이가 되어 밤하늘 은하 속을 떠돌고 있다. 별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 누군가를 위로하고 스스로 위로를 받으며.  아동문학가 임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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