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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서 속이 답답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미투 운동으로 인한 사건 사고들이 매일 신문 첫 장을 장식하고, 천륜으로 맺어진 부모 자식 간에 일어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일들이 만연한 탓이다.

이렇게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이야기들로 답답할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도 확 풀린다는데 이것도 소용없다고들 한다. 제아무리 산해진미라도 마음 불편한 상태에서는 소화가 잘 될 리 만무하다.

우리 몸은 음식이 입으로 들어오면 치아가 음식을 씹어서 잘게 부수고, 타액선에서 분비된 침이 음식과 뒤섞이면서 부드러운 덩어리로 바뀐다. 이 덩어리는 식도를 통해 위로 보내지고, 다시 소장·대장을 거쳐 항문에 이르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이 소화이며, 우리 몸은 이 과정을 통해 음식으로부터 영양소를 받아들인다.

소화 기능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 기초이다. 그런데 이 소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화기 계통 질환이 생기고 되고, 소화기 계통에 병이 생기면 그 부분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어 몸 전체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몸의 기초가 흔들리면 건강을 유지할 수 없으니 어쩌면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야말로 우리 몸에 가장 좋은 음식인 것이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데에는 먹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들이라면 대부분 점심식사 후 책상 앞에서 꾸벅꾸벅 졸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맛있게 밥을 먹었으면 기운이 넘쳐 일이 더 잘되어야 할 텐데 왜 오히려 졸음이 찾아오는 것일까?

바로 우리 몸이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아주 오랫동안 잘게 부수며 꼭꼭 씹어 먹는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몇 번도 씹지 않고 삼키기 때문에 소화에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소화를 돕는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많은 양의 피가 소화기관인 위에 모여야 하고, 반대로 두뇌 활동에 써야 하는 피가 모자라게 된다. 두뇌에 필요한 피가 모자라다 보니 두뇌 활동이 느려져서 꾸벅꾸벅 졸거나 낮잠을 자야 하는 것이다.

또 우리 몸에는 자가 면역기능이 있어 외부로부터 이물질이 들어오면 이를 물리치기 위해 항체를 만들어 대적한다. 그런데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이물질로 착각해 몸이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우유나 밀가루에 들어 있는 일부 단백질은 소화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어서 몸 안에서 이를 이물질로 착각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이럴 때는 죽처럼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하여 속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죽은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쌀의 성분을 분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화가 된 상태의 음식이다. 쌀밥보다 죽을 먹었을 때가 속이 편하고 부담이 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영양가 높고 몸에 좋은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이라도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 흡수가 잘 되지 않을 수가 있다. 개개인의 체질이 다르고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기분이 좋아야 소화도 잘 되고, 기분이 좋아야 매사가 형통한다고 한다. 매일 소화가 잘 되는 이야기만 들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현재 내 눈 앞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조금은 툭툭 털어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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