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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첨단 안전장치가 끊임없이 개발되며 실용화되고 자동차의 성능 또한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지만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 수는 최근 5년간 소폭 감소하는데 그치고 있다. 물질문화의 발달속도를 의식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부조화 현상을 문화지체현상이라고도 한다.

도로에서 운전하다 보면 신호위반, 과속, 중앙선 침범 등의 중대한 위반행위부터 상대적으로 가벼운 위반까지 여러 형태의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목격하지만 그 중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차량을 부쩍 많이 볼 수 있다. 앞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거나 좌·우회전을 해서 깜짝 놀란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자동차가 발명되고 초창기에는 방향지시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동차 자체가 많지 않으니까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증가하고 교통사고도 발생하면서 다른 차에게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줄 필요성이 생기자 막대기에 손가락 모양의 표지판을 붙여서 막대기를 흔들면서 진행방향을 알려줬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방향지시등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의 행동이 자신과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방향지시등의 존재는 상당히 중요하다. 무수히 많은 다양성을 지닌 운전자들이 갈등 없이 질서유지와 소통을 가능케 하는 데는 방향지시등의 역할이 크다. 왜냐하면 운전자들은 방향지시등을 보고 다음을 예측하며 방어운전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방향지시등을 운전자들은 잘 사용하고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 교통문화지수를 보면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70%를 기록해 조사 항목 중 가장 낮았다. 전년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30% 정도의 운전자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향지시등을 얼마나 사소하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방향지시등 미점등은 보복운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보복운전의 가장 큰 원인이 방향지시등 미점등으로 나타났으며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 1위로 분류됐다. 또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면 옆 차로 차량에게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며 비접촉 뺑소니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다 뒤따르던 전세버스에 사고를 유발해 4명이 사망한 사고도 있다. 이처럼 방향지시등은 필수요소이자 지켜지지 않을 경우 위험요소가 되기도 한다.

도로교통법 제38조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우회전, 횡단, 유턴, 서행, 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진로 변경시에는 손이나 방향지시기 등으로 신호를 해야 한다고 돼 있고, 동법 시행령에는 일반도로는 30m 전, 고속도로는 100m 전에 신호를 작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승용차 기준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된다.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이 엄연히 운전자 의무로 규정돼 있다.

덧붙여, 어떻게 켜는 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한 두번 깜박이다 즉시 끼어들고, 끼어들면서 한 두번 깜박이는 것은 뒤따르는 차량의 방어운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운전자가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0.7초~1초정도다. 앞 차량의 방향지시등을 보고 자신의 운전 행동을 판단해서 실제 조작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4번 이상 점등한 후 차로를 변경하거나 회전해야 한다. 일반도로 30m나 고속도로 100m 전 신호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호대기 중에도 켜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사람은 의사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방향지시등은 도로 위에서 운전자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유일한 도구이며 운전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기본에만 충실해도 교통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안전한 교통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방향지시등을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서는 안 된다. 방향지시등은 보이기 위한 장비가 아니라 사용하기 위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 아닌 진정으로 서로의 안전을 위해 방향지시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켜면 좋고 안켜도 되는게 아니라 반드시 켜야 한다.
깜박이, 이제 깜박하지 말고 반드시 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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