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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문어·낙지·꼴뚜기 등은 언뜻 보면 연체동물로 서로 비슷하지만 가까이 접근하면 확연히 다르다. 학·황새·왜가리·백로 등 4종류도 같은 새로 착각하지만 사실은 각각 다른 새이다. 이러한 경우 적절한 표현이 사이비(似而非·겉으로는 비슷하나 실지로는 다르다는 한자어 원어는 似是而非)이다. 학·황새·왜가리·백로 등을 같은 새로 착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공통적으로 물가 주변에서 관찰했기 때문이며 둘째, 학을 한 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고집스런 주장이다.

먼저 물가에 살며 몸 깃이 흰색인 새를 학(鶴)이라 부른다. 한자 학은 두루미만을 지칭하지만, 경우에 따라 넓은 표현으로 몸빛이 흰 새를 전부해서 부르는 표현이기도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학·황새·왜가리·백로 등 4종에서 학과 황새는 울산에서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반면 왜가리와 백로는 매년 여름이면 수천마리가 관찰되기에 그렇게 부른다.

마지막으로.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일관된 고집이다.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부의 마음이다. 나 어릴 적에는 백로를 학이라 불렀다는 주장에서는 더 이상 소통이 어려운 경우이다. 앞에서 나열한 네 종류는 모두 물가에서 먹이 활동하는 조류로 다리·목·부리가 모두 길다. 얕은 물에서 걸어 다니며 물고기 등 수서 동물 및 곤충을 잡아먹는 섭금류(涉禽類)로 물가에서 서식하는데 적합하게 세대를 거쳐 진화된 결과이다. 큰 틀에서 신체적 진화는 생존·번식률을 높이는데 맞춰졌다 하겠다.

학·황새·왜가리·백로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조금만 관심을 갖게 되면 생각 밖으로 간단하다. 첫째, 학은 벼, 율무, 콩, 옥수수 등 곡류가 주식이며, 물고기가 부식이다. 둘째, 황새·왜가리·백로 등은 물고기가 주식이며, 곡류는 아예 먹지 않는다. 셋째, 학은 나무에 앉지 않으나 황새·왜가리·백로 등 3종은 모두 나무에 앉아 깃을 고르거나 휴식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학은 셋째 발가락인 뒷발가락이 짧아 나뭇가지를 움켜잡을 수가 없지만 황새, 왜가리, 백로는 뒷발가락이 길어 나뭇가지를 움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학은 둥우리를 땅에 짓지만 나머지는 모두 나뭇가지위에 짓는다. 다섯째, 학·황새·왜가리·백로는 이소(離巢·새끼 새가 일정한 기간 자라면 둥지를 떠나는 것을 말함)기간의 차이가 있다. 학·황새·왜가리·백로는 모두 둥우리를 지어 산란·포란·부화 등 과정은 같으나 이소기간과 육추 기간이 다르다. 예를 들면 학은 부화 후 수시간이 경과하면 어미학을 따라나선다. 그 후 어미학이 먹이를 건네주면 받아  먹으면서 육추시기를 보낸다. 나머지 3종은 약 45일간 둥우리에서 어미새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면서 육추기간을 보낸다.

여섯째, 학과 황새는 겨울철에 관찰되며, 왜가리·백로는 여름철에 관찰된다. 이는 학과 황새는 북쪽지역에서 서식하는 새이며, 왜가리, 백로는 남쪽지역에서 서식하는 새이기 때문이다. 겨울철과 여름철에 가각 관찰되는 이유는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기온의 영향을 받아  한시적 이동 서식현상이다. 그러므로 학과 황새는 월동하러 겨울에 태화강을 찾지만 왜가리와 백로는 번식하기위해 울산을 찾는다.
일곱째, 울음소리가 다르다. 학은 큰소리로 운다. 또한 반드시 암수가 화답(和答)하며 번갈아 운다. 수컷은 길게 한 음절으로, 암컷은 짧게 두 음절로 우는 것을 수십초에 이르도록 반복한다. 황새의 울음소리는 고개를 뒤로 젖혀 부리를 부딪쳐낸다. 울음기관이 퇴화됐기 때문이다. 왜가리는 큰 소리로 '왝'하며 운다. 두세 번 반복한다. 백로는 사람을 보면 눈만 멀뚱거리다가 이내 날아간다.
마지막으로 학과 황새·왜가리·백로 등 3종과 차별성의 결정적인 신체적 특성의 차이이다. 학은 단정(丹頂·정수리부분이 붉다는 의미)이나 나머지 3종은 정수리가 붉지 않다. 결국 정수리 부분이 붉은 새는 학이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 결코 학이 아니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학(鶴)은 중국·일본·한국 등 3국은 같은 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 등 3종이 관찰된다. 황새는 한 때 우리나라의 텃새였다. 1971년 충청북도 음성군에서 한 쌍이 발견되었으나, 그중 수컷이 총에 맞아 죽고 암컷은 일명 '과부 황새'로 지내다가 1994년 서울대공원에서 나이가 많아 자연사했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이다. 왜가리·백로 등 2종은 울산 남구 삼호대숲이 번식지이다. 최대 9,000마리까지 관찰됐다. 학·황새·왜가리·백로 등은 각각 다른 새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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