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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명불허전'은 조선시대 '허준'과 함께 대한민국 역사 중 최고의 침술가로 알려진 '허임'을 소재로 하여, 종합병원 외과전문의 여자 주인공과 허임이 현대와 조선시대를 이동하며 생긴 흥미위주의 SF 의학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허임'이 현재 대한민국에 살았다면, 결코 '최고의 침술가'가 될 수 없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임은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전부터 침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조기 선행 학습자인 셈입니다.

'선행 학습'. 현재의 대한민국에선 사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행 학습 금지법'이라며 정부에서 정해 놓은 기준보다 앞서 학습하면 안됩니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만들어진 정책입니다. 다행스럽게 수영·피겨 등 예체능에서는 '아직은' 정부가 정해놓은 학습 기준이 없어 '박태환'과 '김연아'가 나올 수 있으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예체능인의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해야 할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보다는, 교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사교육 죽이기만'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부의 교육정책만 믿은 학생들은 대학교 입학 후 영어 강의를 따라가기 위해 공인영어 졸업자격 요건을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고, 전공 보다 영어에 더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되면서, 해외 어학연수를 택하게 됩니다.

어학연수를 위해 휴학은 기본이며,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해외에 부어 넣어야 합니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다행인지, 대학생이 되어 발생한 사교육비, 특히 남의 나라에 버리는 사교육비에 는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해외 어학연수비 뿐만 아니라, 휴학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그만큼 사회 진출이 늦어집니다. 결국 사회적 자립이 늦어지면서 결혼이 늦어지다 보면 출산을 자연히 포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영어학원을 초 1부터 고 3까지 한달도 빠짐없이 다녔다고 가정한다면, 학원비는 대략 3,000만 원정도, 거기다 영어 말하기를 포함한 전반적인 영어 수준은 상당하니 대학 영어강의 정도는 무난하게 학습할 수 있게 되고 각종 대학생 세계 포럼 참여는 물론, 해외 어학연수를 위한 휴학 기간도 필요 없으며, 유튜브 등 세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지식을 얻고 글로벌 인맥을 만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능영어절대평가제라는 '눈 가리고 아웅' 형태의 사교육비 절감 정책을 내놨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의 '학원휴일 휴무제'에 대한 댓글에, '제발 교육부는 쓸데없는 정책 내지말고 우리 아이들이 세계인들과 당당하게 겨룰 수 있도록 가만히 있어달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치가 된 교육으로 부풀려진 사교육비로 대한민국 학부모와 학생들을 폄하하며, 정부가 나서서 '학원휴일 휴무제' '심야교습시간 제한'으로 학원을 못다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어이없는 사교육 죽이기 정책=학원 죽이기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성폭행, 폭행 등 중범죄가 발생하는 술집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조차 없음에도,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까지 휴일은 강제로 쉬어야 하고, 밤 10시가 넘으면 학원에서 공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의 학습선택권을 박탈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한 초헌법적 발상들을 흔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결국 밤 10시가 넘으면 개인과외, 입주과외로 음지로 향해야 합니다. 

다수의 교육전문가들이 얘기합니다. 대한민국의 학벌주의 사회가 변화되지 않는데, 지엽적인 대책 형태의 교육정책으로 배보다 배꼽이 커진 대한민국 교육정책이라고 합니다. 사교육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방과후 학교, 수능영어 절대평가제, 선행학습 금지법, 학원휴일 휴무제, 심야 학습시간제한 등의 말도 안되는 교육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백년지 대계'라는 교육은 정치가 아닙니다. 헌법에 보장된 학습권이란 학습내용과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이 선택권은 자유권적 기본권입니다. 이제 근본 문제를 두고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헌법이 보장하는 학습선택권을 국민인 학부모와 학생에게 돌려주고 백년지 대계 교육을 계획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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