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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지역경제 침체 국면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때 전국 최초로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하는 등 부자도시로 명성을 날린 울산이지만 이제는 모두가 옛이야기가 됐다. 여러가지 통계지수에서 울산의 경기침체는 내리막 곡선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에서도 회복 기미가 없다.

울산의 가계빚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것은 위험한 신호다. 가계빚은 지난해 20조 4,654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보다 2,867억 원이나 늘어났다. 주택 담보대출도 11조 7,986억 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국적으로는 1,450조 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브레이크를 걸며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소득에 비해 증가세가 가팔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통계를 보면 작년 말 가계신용 잔액은 1,450조 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08조 4,000억 원(8.1%) 증가했다. 가계신용 규모는 한은이 2002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대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로, 가계가 은행, 저축은행, 대부 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금액이다. 지난해 증가액이 2015년(117조 8,000억 원), 2016년(139조 4,000억 원)보다 적고, 증가율도 정부 목표치(8% 수준)에 부합하는 등 증가세가 둔화하는 양상이었다.

울산지역 기업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악화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3월 기업 체감경기를 보면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로 2월(72)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기계와 장비 관련 업종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비제조업 업황 BSI도 58로 전달(62)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호전된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3월 제조업체 경영 애로는 내수부진(22.1%), 불확실한 경제상황(18.3%), 원자재 가격 상승(13.7%) 등으로 조사됐다. 비제조업체는 내수부진(24.2%), 인력난·인건비상승(21.5%), 자금부족(11.8%) 등을 꼽았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지난달 16∼23일 제조업 128개, 비제조업 108개 등 236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3월 전국 제조업과 비제조업 업황 BSI는 각각 74와 79를 기록, 모두 울산보다 높았다.
문제는 기업의 체감 경기보다 소비심리 위축이다. 울산지역 소비심리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이달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3으로 전월(103.5)보다 3.2p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6개의 개별지수(CSI)를 표준화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낸다. 기준값 100을 놓고 봤을 때 이상이면 과거 평균치(2003년~지난해 12월)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가구가 많고, 이하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울산의 실업자 수와 실업률 역시 악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연평균 실업자 수는 2만2,000명으로 2013년보다 1만 명 늘었다. 실업률 역시 2.1%에서 3.8%로 상승했다. 경기 침체로 인구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지속적으로 인구 순유출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많은 이들은 울산의 장기침체 국면은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성장세 둔화를 꼽고 있다. 장치산업에 의존하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한발 늦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울산 전체 수출액에서 자동차, 석유제품, 석유화학, 선박, 자동차 부품 등 주요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였다. 울산 전체 수출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87.1%로 매우 높다. 전국의 로봇·바이오 헬스 등 8대 신산업 수출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여전히 3대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의 흥망에 따라 지역 경제가 흔들리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수주 가뭄에 따른 물량 부족과 구조조정, 현대자동차의 중국·미국시장 판매 부진이 협력업체·소상공인 등 지역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이미 지난 2011년 이후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에서 나오는 진단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울산의 침체는 자만과 무사안일, 미래를 볼 줄 모르는 나태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보다 혹독한 진단을 한다. 그 좋은 예가 최악의 노사관계다. 현대중공업의 임단협은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가다 겨우 타결됐고 수십 년 동안 거의 매해 파업을 해오던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파업의 악순환을 이어갔다. 이대로 가면 울산의 미래는 참담하다. 행정의 창조적 정책과 시민들의 새로운 의식, 산업현장의 혁신, 정부의 집중적인 미래투자가 담보되어야 울산의 미래가 되살아 날 수 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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