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봄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실 때 우산을 꼭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봄비가 내리고 있답니다. 진분홍 복사꽃 철도원이 깃발을 흔들고 있어요. 기차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마음을 활짝 열고 걸어 보실래요? 봄비가 내린다고 투덜대지 마세요. 이 비는 숲속 나무들의 맛나는 보약이 되기도 하고 몸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는 새들의 목욕탕이 될 수도 있답니다. 숲에서 쓰빗쓰빗 참나무 밑에서 멧새가 전화를 걸어올지도 모르니 귀를 열어 놓으세요.
4월
권영상
숲에서
쓰빗쓰빗쓰빗
전화벨이 울린다.
누가 참나무 속잎 파랗게 피는
나뭇가지에 앉아
그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여기로 오시려면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따라오다가
샘물터에서 곧장 왼쪽으로 도세요.
이곳 지리를 잘 아는 멧새가
우리나라 봄을 찾아오는
물레새와
지금 통화 중이다.
폴짝, 폴짝, 폴짝
권영상
숲 속 참나무 둥치에
딱따구리가
호주머니를 만들었다.
다 자란 봄이
참나무 호주머니에서
폴짝!
폴짝!
폴짝!
새끼 딱따구리를 꺼낸다.
'아, 너였구나!'는 안성에 별을 하나 만들어 놓고 서울로 오가며 살고 있는 권영상 선생님의 네 번째 시집입니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행복해지는 책입니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이안 시인은 '아, 너였구나!'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희망과 긍정, 응원의 메시지'라고 말합니다. 시인은 '지금처럼 이 땅의 아이들이 힘겨워한 적이 있을까. 지금처럼 공부라는 집에 눌려 시 한 줄 마음 놓고 읽지 못하는 때가 또 있을까'하며 안타까워합니다. 시인의 시가 힘들어 지친 어린이들에게 조그마한 나무 그늘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오늘은 꼭 시간을 내어 시인이 내밀어 준 이 시집을 찬찬히 읽어 보세요.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나무가 풍기는 솔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김이삭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