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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대나무를 활용한 울타리 설치 방식'을 특허낸다는 기사를 접했다. 내다 팔수도 없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좋다고 벤치마킹 할 수 없는 특허보다는 태화강 대나무숲을 활용한 돈이 될 수 있는 특허를 내면 어떨까 한다.

일본 시가현 최대 호수인 비와호(琵琶湖) 인근 마을에서는 탐방안내 비용을 지불하면 소주잔보다 큰 대나무 잔에 구멍을 뚫어서 목에 걸 수 있도록 준다. 이 마을을 탐방하고 온지 5년이 지났지만 책상 위에 이 대나무는 놓여 있다. 방문 기념품으로는 특이했다. 목에 걸고 다니다가 물을 따라 마실 수도 있다.

올해 찾은 타이완 화렌시 산림연구기관은 방문 기념으로 대나무 칫솔을 주는 것이다. 손잡이와 몸통이 대나무로, 손잡이에 방문기관 이름이 새겨져 있다. 타이완 산림연구소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30㎝ 자에 나무종류별 편을 넣어서 나무학습 겸 향기가 나는 기념품을 받았다.

태화강을 찾은 방문객들에게는 과연 무엇을 주는가? 지금 태화강 대나무(대부분 왕대, 일부 솜대 등)들은 곰팡이에 의한 빗자루병이 걸려 있다. 이 나무들은 재활용이 안돼 폐기물로 처리된다. 곰팡이병에 걸린 나무들은 태우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처리해야 한다. 현장 파쇄도 문제다. 곰팡이균들이 날아가서 다른 대나무에 옮기 때문이다.

대나무가 이렇게 병이 든 것은 바람이 통하지 않은 원인이 가장 크다고 봐야 한다. 일부 울타리로 사용하게 되면 대나무에 묻어있던 곰팡이균이 다시 나무로 옮을 수 있다. 설치된 울타리 모양이 특이한 것은 사실이나 죽창처럼 날카로운 부분도 있어 위협적이기도 하다. 대나무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은 대숲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통제의 기능이 높다. 하지만 울타리를 넘는 시민은 별로 없다. 울타리가 없으면 더 넓고 시원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태화강 대나무들이 병들어 태워버려야 한다면 숯을 구울 수 있다. 대나무숯은 소주를 걸러내는 데 사용된다. 대나무숯으로 걸러낸 태화강 대나무소주 생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울산에는 소주회사가 있다. 제주 삼다수처럼 기업과 지자체가 함께 생산·판매하고 이득을 공유할 수 있다. 태화루 막걸리처럼 태화강 대나무소주도 유명해질 수 있다. 또 숯은 노거수를 비롯한 나무가 생육이 나쁠 때 뿌리에 넣어주면 활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녹조(綠藻), 갈조(褐藻)가 생긴 하천수 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를 과학적으로 실험해서 효과가 입증되면 태화강 대나무숯은 예전 대나무만큼이나 고가로 팔려나가게 된다. 지금은 병들어 숯으로만 활용되지만 솎아내기를 열심히 해서 건강해지면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잘라서 컵을 만들어도 되고 대나무 숟가락도 된다. 태화강 대나무 비닐우산이 유명했던 만큼 추억 속 상품도 가능하다. 추억과 역사를 복원하는 개념이다. 대나무는 지속가능한 목재라서 건축용 내장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태화강 대나무를 활용한 상품경진대회를 열어  우수 제품은 특허를 내고 상품화하는 데 행정이 재정·기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태화강 대나무숲이 전국적 명성을 얻고 찾아온 관광객도 빈손으로 가지 않게 된다.

대나무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나무의 줄기도 아니고 가지인 만큼 잘라내서 많이 쓸수록 자꾸 나오는 자원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나무에 따라 그냥 두는 것이 좋은 것도 있고 많이 잘라내야 좋은 나무도 있다. 죽순·죽로차(竹露茶)를 상품화 하는 것도 필요하다. 태화강 대나무숲에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품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원한다. 논농사, 밭농사보다 소득이 많았던 예전 명성을 되찾을 수도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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