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중공업이 2년만에 다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고육지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당장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오후 울산 본사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희망퇴직과 조기정년 선택제 실시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등 근속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이번 희망퇴직에 응하면 통상임금 최대 20개월치와 자녀 학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측이 내놓은 조건은 통상임금 최대 20개월치와 자녀 학자금 지급이다. 또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기 정년 선택제에 참여하면 60세까지의 근속 포상금 등 정년퇴직에 준하는 금전적 보상도 이뤄진다. 사측은 일감부족에 따른 경영악화를 희망퇴직 이유로 들었다.

# 실적악화로 2년만에 희망퇴직·조기정년 선택제 시행
앞서 현대중공업은 수주 급감에 따른 일감 부족을 이유로 지난 2015년 1월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한 뒤 같은해 3월 여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이어 2016년 5월에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기장 이상 생산 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 두해 동안 총 3,5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현대중공업의 추가 희망퇴직은 무엇보다 최근의 실적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현대중공업의 수주 실적 악화는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3월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은 7척 불과하다. 대형선박 발주량이 10년 전 대비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으로는 연간 수주실적이 30여척에 그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주 실적은 48척이었다.

수주 잔량 감소도 가속화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인도기준)은 지난해 연말 96척 에서 1월 말 92척, 2월 말 89척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해양 프랜트의 남은 공사도 1기에 불과하다. UAE 나스르(NASR) 플랫폼 공사로 오는 7월 출항하면 일감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일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입찰을 실시해온 한 오일메이저 사의 아프리카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공사 수주는 인건비 부분에서 경쟁력이 높은 중국 업체가 가져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공사의 수주 실패가 확정될 경우 해양 일감이 없어 당분간 인력 및 설비의 유휴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실적은 곤두박질 치는 상황이다. 매출 급감이 지속되면서 지난 2016년 19조5,414억원에서 2017년 10조1,058억원으로 2018년에는 목표치가 7조9,866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도 급감한 상황이다. 2016년 3,792억원에서 2017년 1~3분기 누적 1,729억원의 영업이익 기록하다 4분기 1,59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 시기는 현대중공업의 일감 절벽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올해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2015년 이후 3년 만에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등 후발 경쟁국의 추격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1,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경계의 대상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수주 잔량 1,04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현대중공업의 772만CGT를 크게 웃돌며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곧 거대 조선소 발주 쏠림 현상으로 초대형 컨선박을 독식할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직면할 우려가 높다.

# 노사 정확한 현실 인식 바탕 위기 타개책 모색해야
플랜트 해외 EPC(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 물량 대부분이 올해 말까지 최종 인도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더구나 엔진 부문도 가격경쟁력 문제로 수주전서 고전 중이다. 최근 카타르 국영 회사로부터 26억불 하자보수 배상 소송이 제기된 점도 악재다. 지난 2015년 완공한 천연가스 채굴을 위한 해양 시설물의 일부 하자에 대해 26억불 규모의 하자보수 청구가 제기 됐다.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률 및 기술 자문단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분쟁 장기화로 어떤 형태로든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선박시장에서는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의 경우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국제 입찰에 나서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강점인 품질과 기술의 우위도 이 제 점차 후발업체들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서, 인건비 등 비싼 고정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 타개책은 이미 나와 있다. 무엇부터 개선해 나가야 할지는 노사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현실 인식을 통해 노사가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는데 하나가 되는 일이 우선이다. 현대중공업의 위기는 울산경제의 위기다. 현대중공업이 과거 영광을 찾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해 주길 울산시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