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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2년 만에 희망퇴직 카드를 다시 꺼내들면서 지역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이어진 수주낭보에도 불구하고 결국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조선 업계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16일부터 29일까지 희망퇴직 접수
현대중공업은 오는 16일부터 29일까지 근속 10년 이상 희망자(사무직 생산기술직)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통상임금 기준 최대 20개월의 보상금과 자녀 장학금을 제공한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함께 조기정년 선택제를 실시하기로하고 오는 9일부터 15일 대상자를 신청접수 받는다. 근속 10년 이상 만 55세 이상 직원(63년생)의 경우만 신청 대상자에 포함된다. 조기 정년을 선택하는 직원들에게는 통상임금 기준 최대 20개월의 보상금과 자녀 장학금을 지원한다. 또 여행경비, 퇴직금품, 60세까지의 근속포장 등 정년퇴직에 준하는 처우를 제공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부터 이미 세 차례에 걸쳐 3,500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가로 단행하게 된 것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일감부족 때문이다.  3월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은 단 7척에 불과하다. 이는 수주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6년 1분기 3척, 지난해 6척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2분기 이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실적은 극심한 수주가뭄에 시달린 지난해 48척보다 더 적은 수준인 30여 척에 머무를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지난해 연말 96척이던 선박 수주 잔량(인도기준)은 1월말 92척, 2월 말 89척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조선사업본부는 하반기에 다소 물량이 증가해 유휴인력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양은 심각한 상황이다. 오는 7월 UAE 나스르 공사가 출항하면 일감이 완전히 바닥난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현재 총 11개의 도크 중 4, 5도크와 군산도크 등 3개 도크의 신조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5,000여 명의 유휴인력에 대해 교육 및 순환 휴직·휴업도 실시하고 있다. 

#7월이면 일감 완전 바닥
장기적인 전망도 불투명하다. 대형 선박 발주량이 10년 전에 비해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가 중국 등 해외 경쟁사들간 저가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수주 척수가 늘어나도 마진은 여기에 비례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매출 목표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6년 19조 5,414억 원에서 2017년 10조 1,058억 원으로 감소했다. 수주 회복세로 전환한 2018년에는 이보다 적은 7조 9,866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영업이익도 2016년 3,792억 원에서 2017년 139억 원으로 급감했다. 일감 절벽이 가중되는 올해는 2015년 이후 3년 만에 대규모 적자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中, 1·2위 조선사 합병 추진 위협
신규 입찰 환경도 녹록지 않다. 국제 입찰중인 신규 프로젝트는 경쟁국과의 가격 격차로 추가적인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공들인 아프리카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공사는 중국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초대형 2만2,000 TEU급 컨테이너운반선 9척을 중국에 뺏긴 상황에서 FPSO 공사에서도 밀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 조선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1,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현대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두 배가 넘는 매출 86조 원의 대형 조선소가 생기게되고 수주 잔량 1,04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현대중공업의 772만 CGT를 크게 웃돌아 글로벌 1위 조선소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거대 조선소로의 선박 발주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이미 경쟁력을 잃은 벌크선, 탱커 등 범용 선박을 비롯, VLCC, 초대형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선 시장까지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국제 하자보수 배상소송 등 악재도
현대중공업은 잠재적 위험요소도 갖고 있다. 
최근 카타르 국영회사로부터 26억불에 이르는 하자보수 배상소송(2015년 완공한 8.6억 불 규모의 천연가스 채굴을 위한 해양 시설물의 일부 하자)에 휩싸이면서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률 및 기술 자문단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분쟁이 단시일에 끝날 사안이 아니어서 어떤 형태로든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진은 선박발주량 감소뿐만 아니라 중국업체의 품질 향상 등 수주 환경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고, 후판가 등 원자재가 인상 압박과 원달러 환율 하락(3년 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도 악재로 남아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6월부터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 3.5조 규모의 고강도 경영개선계획을 이행해오고 있다"며 "이번 희망퇴직은 극심한 일감부족 상황에서 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회사는 노조와의 공감대 형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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