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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조선사에 5조 5,000억 원을 쏟아붓기로 했지만 정작 대표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여기서 원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현대중공업은 이번 정부지원으로 경쟁사보다 불리한 처지에 놓이면서 '악전고투'가 불가피해졌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정부가 내년까지 조선업계에 대거 투입하기로 한 지원금을 사실상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조선산업 수주 부족을 위해 2년 동안 5조 5,000억 원 규모의 공공선박 발주를 시행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또 친환경으로 사업을 전환시키면서 수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1~2척씩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관공선을 발주하고 710억 원 규모의 LNG벙커링선 발주를 추진한다.

조선업계는 정부의 이번 통큰 지원 사격이 조선업 부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만 이번 수혜를 전혀 누리지못하게 됐다. 산업부 측은 "부정당업자로 등록된 현대중공업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정부의 관공선 발주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며 "LNG연료추진 관공선 발주 역시 입찰 참여가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에게 17억 원의 뇌물을 주고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용 원자력 발전에 사용할 부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청탁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2019년 11월말까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입찰에 전면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조선업 발전전략에서 현대중공업이 빠지게 되면서 특정 회사의 수주 독점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이번 정부의 지원의 수혜는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강남 등 3곳만이 누릴 수 있다. 

현재 군함 등 특수선사업을 진행할 자격이 있는 조선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강남 등 모두 5곳인데, 현대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할 수 없고, STX조선해양은 2017년 말 특수선사업팀을 사실상 폐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업체별 수주분야를 놓고 따져보면 현대중공업이 빠지면서 대우조선해양으로 물량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초계함 등 군함급 대형 전투함부문이나 잠수함에서는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양사만 경쟁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공발주 사업의 경쟁체제가 무너지게 되면 가격인상과 품질 저하 등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나머지 고속정 등 상대적으로 중대형 함정은 STX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이 경쟁하고 소형 함정은 강남이 거의 맡아왔다. 가뜩이나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재개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이번 조치로 한숨이 깊어지게 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다같이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현중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기 수주해 놓은 군함 등 특수선을 건조해 내년까지 버텨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자 부분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분사되면서 원전 사업부문이 현대일렉트릭으로 넘어갔다"며 "부정당업자의 지위가 분할사인 현대일렉트릭으로 승계되는지 존속사인 현대중공업에 남게되는 지에 대한 시시비비는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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