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의 비가시적 확장 사례
미니멀 라이프의 비가시적 확장 사례
  • 울산신문
  • 승인 2018.04.09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본숙 수성대 외래교수

얼마 전 무리하며 일을 하다 기관지염이 심하게 온 적이 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기침과 몸살로 몹시 고통스러웠다. 3주간 이어지는 기침에 배가 당기고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더니 급기야 온몸이 쑤시고 정신을 잃을 만큼 아팠다.

기관지염이 걸리기 전 일이 많이 들어와 기쁜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육아로 인해 밤을 새며 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일시적으로 면역이 약해진 듯 했다. 이후 감기에 걸렸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기관지염까지 오게 된 것이다.

기관지염이 더 심해질까 염려되어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도중 옆에 앉아 대기하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몹시 심한 기관지염이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아주머니께 괜찮으신지 여쭙자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심하게 아프다면 죽는 것이 낫다며 하소연했다. 아프니 자식이며 남편이며 다 싫고 우울증이 올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공감이 갔다. 필자 역시 단순 기관지염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기침이 심하게 나고 참을 수 없는 몸살을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부부의 사연을 텔레비전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아내는 영재교육원 출신에 명문대학을 진학한 엘리트였다. 남편 역시 같은 학교의 동문으로 두 사람은 대기업에 근무하는 남부럽지 않은 조건의 소유자였다. 슬하에 자녀가 2명이 있었는데 아침부터 아내는 집안일과 아이를 유치원과 학교로 보내기 위해 분주했고 남편 역시 직장을 오가며 아이들을 데리러 오고 가는 등 힘겹고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팍팍한 삶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직장에 근무하지 않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해보니 집안일은 많고 해도 티가 나지 않았다. 아이를 돌보고 일까지 하며 커리어를 쌓으려니 바쁘고 정신이 없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던 터라 무엇 하나 포기 할 수 없었다.

아기를 봐주거나 집안일을 도와주는 도우미를 고용하면 금전적인 부분을 포기하게 된다. 일을 포기하면 커리어와 금전적인 부분을 잃게 된다. 따라서 힘겹더라도 악을 쓰며 모든 것을 다 해내려고만 했다. TV 속 부부의 사연도 이해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게 길었던 기관지염을 앓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하나씩 내려놓기로 한 것이었다. 일을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집안일을 완벽하게 하려고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으며 취미생활을 통한 즐거움에 더 큰 행복을 부여하고자 했다. 지인들의 반응은 잘 생각했다며 몸 고생 마음고생 하지 말라는 격려를 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어서 일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가 괜히 있느냐? 늙어서 고생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반대의 견해가 지배적으로 많았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삶을 '미니멀 라이프' 라고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의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한국에서도 미니멀 라이프의 붐이 일기 시작했다.

필자는 미니멀 라이프에서 줄여나가는 것을 단지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본다. 미니멀 라이프를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본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나 커리어 등도 줄여나갈 수 있고 이것 역시 미니멀 라이프로 분류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릴수록 행복해지듯 역시 불필요한 욕심과 일을 줄여 보는 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