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구조개혁 바라보는 그릇된 인식에 대하여
수사구조개혁 바라보는 그릇된 인식에 대하여
  • 울산신문
  • 승인 2018.04.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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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울산경찰청 수사1계 경감

최근 울산지방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최측근에 대한 비리 수사 관련 시청 압수수색이 언론에 보도된 후, 자유한국당이 '정치공작'이라며 원색 비난을 하면서 전국이 떠들썩해졌다.

그러나 한국당 주장처럼 공천 발표일에 맞춘 경찰의 시청 압수수색은 현 사법체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수사는 경찰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의 청구 후 법관이 범죄혐의 정황과 필요성이 있을 때 발부하는 것으로 발부 여부·일자를 경찰 임의로 조정할 수 없고,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절차에 대해서 모르지는 않겠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위 야당의 텃밭 중 한 곳으로 일컬어지는 울산시장 자리를 수성해야 될 그들의 정치적인 입장도 어느 정도는 헤아려진다. 하지만 항의 차원을 넘어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모욕적인 발언은 그 정도가 너무 과한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주취자 또는 각종 민원인으로부터 온갖 상스러운 욕설과 비난을 들을 때와는 달리 한 국가의 야당 대변인이 경찰을 그런 식으로 매도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까지 든다. 심지어 경찰관인 아빠가 자랑스러워 출근할 때마다 '충성'을 외치는 6살 아들이 그런 말을 듣고 상처를 받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만 위와 같은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수사권이라는 인질을 잡아두고 협상 내지 협박을 하는 듯한 태도는 수사구조 개혁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 수사구조 개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국민을 위한 올바른 형사사법제도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 뿐이다. 이는 기관간 밥그릇 싸움도 아니고, 전쟁을 통해 얻는 전리품은 더 더욱 아니다.

사실 수사관 입장에서 본다면 수사구조 개혁으로 인해 경찰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 이미 형사사건의 97% 이상을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수사 결과에 따라 결론이 나는 실정에 비추어 경찰의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사 과정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오롯이 경찰이 책임지게 되므로 그 책임감만 더 커질 뿐이다. 그럼에도 수사구조 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검찰은 수사지휘권, 직접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형집행권 등 형사사법 절차 전반을 지배하며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한국과 같은 검찰제도는 주요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제왕적 검찰제도로 인해 울산 고래고기 불법 환부 사건, 스폰서·사건청탁 의혹을 받은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 벤츠 여검사 사건 등 '제식구 감싸기', '사건 가로채기'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듯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즉, 수사구조 개혁은 특정 권력기관이 더 이상 독주와 권한 남용을 할 수 없도록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정한 형사사법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는 오로지 국민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이와 같이 수사구조 개혁이란 어떤 특정 기관의 유·불리를 떠나 특권과 반칙이 없는 형사사법 정의 실현을 통해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공고해지는 것일 뿐임에도 말 잘 듣는 아이에게 사탕주는 것과 같이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그릇된 인식만큼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될 부분이다.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의 선진화가 이루어지기 바라며 작년 해외 전문가 초청 세미나 중 미국 일리노이주 검사 크리스티나 계의 발언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미국 검사는 수사가 아니라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며, 수사는 경찰이 전담합니다. 만약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한다면, 그 목표는 기소하기 위한 것이므로 실체적 진실 규명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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