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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100년 전 울주군수 신장열입니다. 2018년은 '울주'라는 이름이 행정관청으로 지정된 지 1,000년이 되는 '정명 천 년'의 해입니다. 고려 현종 9년, 1018년에 '울주방어사'가 설치되면서 공식 행정 지명이 된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2018년 1월 16일은 55년 만에 군 청사가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 날입니다. 그동안 여러 사정으로 남의 땅에 있던 군 청사를 청량읍 문수산 자락으로 이전하고 개청식을 가진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해를 기념해 2018년 4월 13일에 군민 모두와 함께 '정명 천 년 선포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선포식 때, 제가 직접 자필로 쓴 이 편지를 지금 이 시대의 다른 물품들과 함께 타임캡슐에 넣습니다.

이 편지가 들어있는 타임캡슐은 신청사 내 옹기단지 안에 보관돼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군의 자랑인 전통의 옹기는 '숨 쉬는 그릇'으로 아마 100년 뒤에도 이 글이 잘 보전되리라 기대합니다.

우리 군은 정명 천 년을 기념해 신청사 앞길에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상징을 가진 나무 '주목'을 심었습니다. 100년 후쯤엔 이 '천년의 길'이 더욱 무성해져 있겠지요. 어떤 모습으로 풍경이 변해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나무. 저는 나무를 볼 때마다 꿈과 희망의 미래가 떠오릅니다. 꿈은 장차 현실이 될 어린 나무와도 같습니다. 내가 오늘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것은 오래 전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100년 후 신청사 앞 주목의 숲이 우거진 '천 년의 길'을 행복하게 거니는 것이 100년 전 우리의 꿈이고, 미래를 향한 희망이었습니다. 우리 선조들도 그러했습니다. 제 앞 세대들이 저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이 도시 울주를 사랑으로 가꿔주셨기에 울주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살기 좋은 도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자랑할 것이 많은 울주입니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 빼어난 절경의 영남알프스와 간절곶 등 유일무이한 대한민국의 보물들이 다 울주에 있습니다. 1조 원이 넘는 예산과 23만여 명의 인구, 1,500여 개의 기업체와 세계적인 대학 UNIST, KTX 역세권 등 전국 최고의 도시 경쟁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자랑은 우리 앞 세대들이 물려준 자산이자 이 자산을 밑거름으로 현재의 우리가 맺은 새로운 열매인 것입니다.

2018년 지금의 우리도, 선조들이 하셨던 것처럼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사는 세상을 우리는 알 수 없고, 엄청난 변화의 속도를 지닌 이 시대에 100년 뒤를 내다보고 완벽하게 무언가를 만들어 놓을 수도 없습니다.

다만 그 세상이 지금 제가 있는 이곳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더 많은 꿈과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울주가 되도록 열심히, 올바르게 사는 것이 우리가 여기서 확실히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입니다.

100년 후에는 이 나라의 많은 것들이 변해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 가장 궁금한 것이 우리 세대에 이루지 못한 남북통일이 과연 100년 뒤에는 이뤄졌을지, 한반도 한민족이 하나의 나라가 됐을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그때는 통일이 돼서 세계에서 가장 풍요롭게 잘 살고, 문화와 복지 수준에서도 으뜸인 대한민국이 돼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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