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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주 월폴 시에서의 일이다. 경찰이 도로를 순찰하다가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나 엄마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를 발견하면 '딱지'를 끊었다. 하지만 그 딱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범칙금 고지서가 아니라 아이스크림 쿠폰이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경찰 아저씨로부터 칭찬을 받고 아이스크림도 먹게 된 아이들은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아마도 이 일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자랑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지난 연말 울산경찰청에서도 비슷한 이벤트를 벌였다. 초등학교 앞에서 횡단보도 보행안전수칙을 잘 지킨 어린이들에게 깜짝 상장과 아이스크림 상품권을 준 것이다. 올해 울산경찰청은 이 운동을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에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경찰이 순찰 중에 3개 이상 교차로 구간을 기준으로 2개 이상의 교통법규를 잘 지킨 운전자에게 감사장과 커피 교환권을 주는 것이다.

다행히 울산지역은 최근 몇 년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 2013년 119명에서 지난해 63명으로 47%나 감소했으니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가 5,092명에서 4,185명으로 18% 감소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높은 성과다.

이는 경찰의 적극 단속과 지자체의 시설개선 등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한 결과로 울산경찰청은 2016년에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울산처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지역의 경우 이러한 추세를 유지해 나가기가 한층 더 어렵다.

높은 감소율 성과가 매년 이어진 탓에 사망자 수의 절댓값이 작아진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하는 조건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추세가 둔화되거나 오히려 증가한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에서 전국 최상위권 성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광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미래는 그리 밝다고 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매년 전국 모든 지자체 주민들의 교통안전의식 수준 등을 조사해 교통문화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순위에서 울산은 지난해 16위로 사실상 최하위 성적을 받았다. 2016년 12위에 비해서도 네 계단이나 떨어졌다.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은 전국 최상위권이지만 교통문화지수 수준은 최하위권인 역설적인 상황이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보게 만드는 이유다.

교통사고는 경찰, 지자체, 시민단체와 유관기관 활동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까지는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운전자나 보행자 안전의식이 높아져서 자발적으로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해님과 바람'이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누가 먼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것인가를 두고 해님과 바람이 내기를 했다는 이야기이다. 내기 결과는 강풍을 몰아쳤던 바람이 지고 따뜻한 햇살을 비춰준 해님이 이겼다. 이 우화의 교훈은 때론 강한 것보다 부드러운 것이 이긴다는 것인데 이것이 우리에게 한 가지 시사점을 준다고 본다.

음주운전 등 중대법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등 엄중한 단속과 제재가 필요하다. 교통법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회적 약속이자 강행규범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OECD국가 중에서 교통안전 최하위권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경찰이 강력한 단속에서 포용적 활동으로 모드를 전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당근과 채찍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효율적으로 쓴다면,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하는 것보다 더 쉽고 빠르게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울산경찰청의 이번 시도는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교통법규를 잘 지킨 시민에게 경찰이 따뜻하고 온화한 모습을 보일 때 시민들도 마음을 열고 교통법규를 지키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모든 시민이 스스로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건전한 문화가 정착되면 울산의 교통사고 감소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다.

울산에서의 이번 실험이 큰 성공을 거두어 다른 광역시도에도 모범사례로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하여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울산이 그 최초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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