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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선사인 현대상선이 정부 지원책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여 척의 발주 작업에 착수하자 현대중공업 등 조선 업계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에는 모처럼 주어진 호재이지만 현대상선과 최대주주(산업은행)가 같은 대우조선이 이번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이미 5조 원 대의 특수선 사업에서 원천 배제된 만큼, 이번 수주전에서도 밀리게 되면 상대적 열세가 불가피하다.

# 공공선박 발주 배제 현대重 고군분투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 10일 국내 조선사를 대상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2020년 아시아~북유럽 노선에 투입할 2만TEU급 이상 12척과 미주동안 서비스에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1만 4,000TEU급 8척 등 총 20척에 달한다. 전체 발주 규모도 3조 원대로 추산된다.

제안서를 받은 조선사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4곳이다. 조선사들은 모두 본격 제안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일감 확보가 최대 과제인 조선사들이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대주주가 같은 대우조선해양을 몰아준 전력 있는 만큼, 이번 수주전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실제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 2017년 각각 발주한 10척의 선사 모두 대우조선해양의 손에 맡겼다. 이번 입찰에서도 동일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현대중공업은 악전고투가 불가피해진다. 대형선박을 놓고 대우조선해양과 양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 열세에 놓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정당업자로 등록된 현대중공업은 5조 5,000억 원 규모의 공공선박 발주사업에서 아예 제외되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에 17억 원의 뇌물을 주고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용 원자력 발전에 사용할 부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화근이 돼 부정당업자로 등록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대우조선해양을 밀어줬을 때 이른바 '셀프 수주'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며 "입찰 참가 자체도 비용 부담이 있다. 나머지 조산사들을 들러리 세우기 위한 입찰이 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 '셀프수주' 들러리 우려도
이러한 가운데 현대상선 측의 시간이 촉박한 만큼 조선소 1곳에 선박 20척을 모두 발주하지 않고, 2~3곳에 나눠 발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대형 컨테이너선을 대규모 발주하는 이유는 2020년 발효되는 국제환경규제에 대비해 친환경 선단을 구성하기 위해서다.

국제 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부터 공해상 모든 선박에 쓰이는 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 기준을 현재 3.5%에서 0.5%까지 낮추라는 환경규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새로 건조되는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설비를 장착하거나 LNG 추진방식을 적용해 기준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규제가 발효되기까지 불과 2년도 남지 않아 현대상선으로선 마음이 급한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수주하는 선박의 인도 시기는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라며 "상반기 안에 발주만 확정되면 선박 5~6척 정도는 2020년까지 인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소가 선가, 납기일 등의 조건을 정해 입찰에 참여하면 현대상선은 이를 따져 조선소를 선정한 뒤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다.
현대상선은 상반기 중 발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주화기자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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