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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스카프라고 해. 여기서 아주 먼 곳에서는 가장 똑똑하고 사냥을 잘하는 미어캣들만이 이런 스카프를 두르고 있지"
"와, 어떻게 하면 우리도 스카프를 가질 수 있어?"
"나에게 먹이를 가져오면 돼. 많이 가져오는 미어캣들에게만 스카프를 줄 거야"
그 미어캣은 스카프를 두르면 우리가 더 행복해질 거라고 말했어요.
여행을 떠났던 미어캣이 목에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돌아와서 한 말입니다. 느긋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미어캣들은 이제 더 행복해지기 위해, 붉은 스카프를 얻기 위해 먹이를 잡아야 했지요. 스카프가 없는 미어캣들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졌고, 그럴수록 더 사냥에 매달렸지요.


그런데 어떡하죠! 모두가 붉은 태양빛 스카프를 갖게 되었을 때, 똑똑하고 사냥을 잘 한다는 미어캣들이 갑자기 가을 하늘빛 스카프를 두르기 시작했어요. 미어캣들은 이제 가을 하늘빛 스카프를 두르기 위해 전보다 더 많은 먹이를 잡아야만 했어요.
하지만 곧 달빛 스카프가 나타났고, 그 뒤로도 빛깔과 이름을 바꾸며 끊임없이 새로운 스카프가 등장했어요. 이제 먹이는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굶주리던 많은 미어캣들은 그곳을 떠나야만 했어요.
떠나지 않고 남은 미어캣들은 쓸모없이 버려진 스카프들을 굴로 가져왔어요. 스카프 실을 풀고 실타래를 감았어요. 실타래를 감으며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실타래로 저글링도 하고 실뜨기 놀이도 해요. 미어캣들은 여전히 먹이를 조금 잡고 볕을 쬐어요. 춤추고,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고, 별을 바라보기도 하지요. 그러다 졸리면 잠을 자요.
 

장경숙 아동문학가
장경숙 아동문학가

스카프를 두르면 행복해질 거라는 말 한 마디는 평화롭던 일상을 무너뜨리고 더 많은 먹이를 쫓아다니게 만들었어요. 마치 우리의 삶을 엿보는 느낌입니다. 모두가 붉은 스카프를 매고 한쪽 눈을 가린 채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책표지의 미어캣들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스카프를 갖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스카프를 얻으면 진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요?
미니멀리즘을 꿈꾸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소유보다는 비우는 것이 더 어려운 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걸치고 있는 스카프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아동문학가 장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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