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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비염 환자들에게는 유난히 힘겨운 달 중 하나다. 평소에는 코가 잔뜩 막혀 있는데 봄만 되면 맑은 콧물이 눈물과 함께 줄줄 나고 재채기가 시도 때도 없이 난다. 황사와 꽃가루뿐 아니라 최근에는 미세먼지까지 가세해 호흡기 증상을 악화시킨다. 비염은 한국에서 15%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으로, 대기오염의 증가, 식품첨가물의 사용 등의 생활환경 변화로 인해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비염이 암처럼 생명에 지장을 주는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치료가 쉽지 않고,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염이란 글자 그대로 염증성 코질환을 말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코막힘으로 보통 좌우가 교대로 막히거나, 코로 숨을 쉬기 힘들어 입으로 숨을 쉰다. 콧물과 재채기도 자주 동반되는 증상인데,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맑은 콧물과 함께 재채기가 난다. 일반적으로 원인에 따라 비염을 분류하는데, 환자마다 보이는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진단하기 어렵고 여러 원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나는 어떤 비염이다"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비염의 치료 목표는 증상을 줄이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일례로,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항히스타민 계열의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증상 조절이 잘 된다. 그러나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항원을 일상생활에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 약을 복용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비염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위에서 언급한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원인이 되는 항원을 피하는 것이 첫 번째 치료 방법이다. 부비동염이나 편도염이 동반된 경우, 이들을 먼저 치료한다. 비염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항히스타민제, 항콜린 스프레이, 국소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사실 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란 쉽지 않다. 수술이나 약물치료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도 비염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부비동염과 같은 다른 질병, 면역력, 주변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비염이 있는 경우에는 평소 생활 및 환경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코세척'은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지만, 비염 환자들에게 코막힘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코세척은 염증 물질이 있는 점액을 제거하고, 섬모운동을 원활하게 해준다. 약간의 따가움이나 불쾌감이 있을 수 있지만, 임산부나 소아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뿌리거나 흡입하는 국소점막 수축제는 사용 초기에는 코를 뻥 뚫리게 해준다. 코안의 혈관과 점막을 수축시켜 코막힘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사용할 경우 효과가 점점 덜해지고, 오히려 점막이 부을 수 있다.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짧은 기간 동안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임의로 사용할 때에는 7~10일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약물유발성비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비염을 예방하는 것은 어려운 편이지만, 일반적인 질병의 예방법과 마찬가지로 신경 써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손을 잘 씻어야 한다. 또한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비염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실내외 온도 차이가 크지 않도록 하고,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피로나 스트레스, 담배 연기 등의 요소를 피하는 것도 비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원인이 되는 항원 물질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는 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털이나 분비물, 음식 등이 있다. 침구류는 커버를 사용하고, 가능하면 삶고 잘 말려 사용한다. 잘 개발된 진드기 살충제, 공기청정기나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물의 털이나 분비물이 원인 항원이라면 집안 혹은 집 근처에서 동물이 머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향후 6개월 이상 집안에 동물과 관련된 항원이 잔류하여 비염이 지속될 수도 있다. 일부는 뜨거운 음식 혹은 매운 음식 등을 섭취할 때 콧물이 많이 나거나 재채기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특정 음식을 먹은 후에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해당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완치하는 것은 어렵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관리해준다면 봄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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