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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울산남부경찰서는 남의 집에 들어가 당근 2개를 훔치고 집 주인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준강도)로 최모(41)씨를 체포해 구속했다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저 그렇고 그런 사건으로 넘어갈 내용인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통신사와 중앙언론, 포털사이트 등에서 의외로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이 사건은 본질과 다르게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언론들이 사건의 과정은 거두절미하고 '당근 2개를 훔쳤다'는 범행 결과만을 집중 조명, 독자들의 '눈물 샘'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터졌다 하면 '억(億)'하는 것이 요즘의 사기, 횡령사건이다. 이들 사건에 비춰 이번 절도 사건은 사건일 수도 없고,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구속까지 하는 것은 너무 심한 법집행이 아닌가 하는 동정론이 일고 있다. 프랑스 작가 위고의 그 유명한 장발장과 비교되면서 뜻하지 않게 여론이 반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장발장처럼 배가 고파 남의 물건을 훔쳤고, 남의 물건이라는 것도 '빵 한 조각'이나 '당근 2개'나 미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사건의 과정을 보면 장발장과는 범행 성격이 판이하게 구분된다. 장발장은 남의 가게에 진열돼 있는 빵을 훔친데 반해 이번 사건의 범인은 미리 흉기를 들고 집안으로 침입했다. 또 문이 잠긴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흉기로 자물쇠를 뜯고, 범행이 발각되자 주인에게 흉기로 위협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단순한 절도죄가 아니라 강도죄의 성격이 짙다. 경찰 조서에서는 일단 준강도라고 혐의를 달았지만 이는 최종 판단이 아니다. 더욱이 위고의 작품에 등장하는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치다 체포돼 19년이나 감옥생활을 했지만 출소 이후에는 사랑과 헌신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범인은 출소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현재 수사중에 있어 범인의 전과 기록과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에는 전과 10범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범행 내용은 별것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주거가 일정치 않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데다 누범이라는 것이 인신구속의 사유로 판단되었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체포 당시의 정황도 여느 강도사건과 다르지 않다. 주인에게 발각되자 들고 있던 흉기로 위협했고, 이 과정에서 고함 소리를 들은 인근 주민에게 붙잡혀 경찰로 넘겨졌다. 현행 우리의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범죄자에 대하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을 그저 흥밋거리로 전락시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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