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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비도오고 갑자기 눈도 오더니 추웠다 더웠다 반복하던 어느 날 갑자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더니 어느 날 또 다 사라져 버렸다. 그리도 많이 흩날리던 벚꽃은 꽃잎 하나 찾아볼 수 없이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보고 싶어진다.

이제는 정말 봄이겠지… 올해는 유난히도 힘들게 봄이 찾아왔다.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 봄이 되는 것을 표현한 작품 <봄의소리 : Freuhlinsstimmen op.410> 는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작곡가이자 '왈츠의 왕' 이라고 불리 우는 요한 슈트라우스2세 (Johann Strauss II:1825-1899)의 걸작이다. 이 곡을 들어보면 '아~'하고 어디서든 한번은 들어 본 곡일 것이다. 요한슈트라우스 2세 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으로는 오스트리아의 제2의 국가라고 불릴 만큼 대중적인 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 An Der Schoenen, Blauen Donau Waltz op.310>이 있는데 이 곡 또한 봄에 어울리는 곡이다. 사실 이곡은  오스트리아가 전쟁에 패하면서 그 우울한 분위기를 달래고자 만든 곡이기는 하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가듯 희망이 가득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특유의 낙천적이며 듣기 좋고 쾌활한 요한 슈트라우스, 그의 분위기는 사실 그 어떤 곡도 봄과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의 아버지 또한 '왈츠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동명이인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 (Johann Baptist Strauss :1804-1849)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다. 오스트리아인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 중 하나라는 <라데츠키 행진곡 :Radetzky March>은 너무도 유명한 곡으로 연주회에서 앙코르곡으로 이곡이 나오면 한번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는 당시 최고의 작곡가로 비엔나풍 춤곡의 기초를 만들며 왈츠의 기반을 다져놓았으며 유럽전역에 비엔나 왈츠를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아들을 음악가로 키울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들이 음악 하는 것을 심하게 반대했고 음악교육도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시켰던 것이었다. 그가 외도로 집을 떠나게 되자 그의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2세는 비로소 마음껏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19세가 되자 그는 악단을 만들어 비엔나에서 데뷔하며 주목받게 되며 아버지의 악단과 라이벌 구조로 경쟁관계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경쟁관계를 끝내고 그의 악단을 인수하여 유럽전역에서 연주하며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넘어 '왈츠의 왕'이라고 불리우게 된다. 벚꽃이 피고 져도 슬프지 않고 아름답기만 한 봄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슈트라우스 곡을 말하면서도 내내 마음 한구석이 져려 온다. 올해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잔인한 4월 내가 자식을 품에 안은 게 미안해 진 그 날이 여전히 생각나서… 우리꼬맹이들이 커가니 저리도 예쁜 데 싶어서…. 더욱더 미안하고 가슴이 아픈걸 지울 수가 없다.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를 떠올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내내 생각나는 <슬픈 왈츠: Valse Triste op.44>는 핀란드의 위대한 작곡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1865-1957)의 대중적인 작품 중의 하나이다. 시벨리우스는 그의 처남인 극작가 야르네펠트의 희곡 <죽음:Kuolema>에 음악을 붙여 네 편을 추려 모음곡을 만들었는데 그 첫 번째 곡이 바로 슬픈 왈츠이다. 음악이 나오는 극의 내용은 이렇다. 아픈 어머니의 간병에 지친 아들이 침대 곁에 잠들어 있다. 멀리서 음악이 들려오고 자고 있던 어머니는 일어나 보이지 않은 손님들과 춤을춘다. 쓰러지면 온 힘을 다해 일어나 또다시 춤을 추고 자다가 일어나 이 모습을 본 아들은 놀라서 그저 지켜볼 뿐이다. 왈츠가 정점에 다다르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손님들은 사라지고 음악도 멈추고 죽음이 찾아온다. 다음날 아들은 눈을 떠보니 어머니는 숨을 거두었다는 내용이다. 가냘프게 시작되는 멜로디에서는 마치 말 하지 못하는 아픈 노모가 아들을 쳐다보는 듯한 사랑스럽지만 걱정 가득 담긴 눈빛이 나는 그려진다. 자식 곁을 먼저 떠나는 부모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도… 가 더 이상 그들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그 마음을 감히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벚꽃이 바람에 떨어져 흩날리는 순간들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매일 매일의 선물을 받는 것 같은 하루들이 사라져 버렸지만 유치원에서 받아 온 무순 씨앗의 이름을 '벚꽃'이라고 지어 온 꼬맹이를 보면서 또 웃는다. 벚꽃이 사라져버리기 전 어둑해진 거리의 아직 피지 못한 벚꽃들을 보며 "엄마, 지금은 벚꽃들이 자는 시간이에요?" 꼬맹이의 말이 너무 예뻐서 그 모습이 또 너무 예뻐서 가슴이 먹먹해 졌다. 그 아이들도 이렇게 예뻤을텐데…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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