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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도시였던 부산은 이제 '영화의 도시, 예술의 도시'로 불린다. 그 중심에는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있다. 처음 '촌구석에서 무슨 영화제냐'라는 비아냥을 받았지만 한국을 넘어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성장했다. 문화의 힘이 어떻게 도시를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울산에는 2016년 시작된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있다. 해발 1,000m 이상의 산악군을 유럽의 알프스산맥에 빗대어 부른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산과 자연,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연과의 공존'을 표방한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전환점을 맞았다. 2회까지는 행정(울주군) 중심이었다. 사무국이 군 산하 조직의 개념으로 행정 관리·감독 하에 있었다. 초반이라 영화제를 추진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데 행정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올해는 사단법인을 통해 전문성과 독립성, 자율성을 갖춘 첫 번째 영화제가 열린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계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에 따라 행정은 뒤로 물러섰다.

특히 새 집행위원장이 된 배창호 영화감독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국 영화의 암흑기였던 1980년대 배창호 감독은 '적도의 꽃''그해 겨울은 따뜻했네''고래사냥' 등 다수의 작품을 흥행시켰다. 영화제를 총괄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를 한국 영화계 거장이 지키게 됐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지속가능한 탄탄한 영화제로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처럼 올해 영화제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공업도시라는 낡은 울산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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