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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위기상황 속에서 울산의 경제축을 지켜온 석유화학 업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년 연속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질주해왔던 정유·화학업계의 상승세가 올들어 한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울산 3대 주력산업중 유일하게 호황을 이어왔던 이들 업계가 기대치와 다른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지역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는 연결기준 매출액 12조9,375억원, 영업이익 8,43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4% 늘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16% 줄 것으로 예상됐다. 에쓰오일은 다행히 증가세를 이어가지만,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에쓰오일의 1분기 매출액 추정치는 5조7,463억원, 영업이익은 4,170억원이다.

울산의 지역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해온 유화업계마저 침체에 빠진다면 정말 큰 일이다. 울산의 지역경제는 올들어서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직선가도만 달렸다. 광역시 승격 이후에도 IMF 외환위기를 가뿐히 넘겼고, 2001년에는 전국 최초로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하는 등 부자도시로 명성을 굳혔다.

그러나 산업수도라는 이름으로 고속 성장을 달리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말 그대로 현재의 울산은 장기 경기 침체에 빠졌다. '전국 최고 부자 도시'라는 명성도 잃었다. 여러가지 통계지수에서 울산의 경기침체는 내리막 곡선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에서도 회복 기미가 없다. 기업의 체감경기는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전국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화업계의  1분기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국제유가가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도입 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평균 65달러에서 올 1월 69달러까지 급등했다. 2~3월에는 60달러대 초반을 유지했으나 1월에 발생한 래깅효과(원유를 수입, 정제해 제품으로 판매하는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 효과)가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의 추가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고 수급여건 역시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추가적인 이익을 내는 계기를 맞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도 부담이 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4분기 평균 1,110.7원에서 1분기 1073.9원으로 떨어졌다.

실적 발표 시점이 다가오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이들 정유사의 실적 전망을 기존보다 낮추는 등 흐름도 좋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에 대해 하나금융투자는 컨센서스 대비 8%, SK증권은 9% 하향 조정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16~18% 낮게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화학업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액 4조2,660억원, 영업이익 7,732억원으로 역시 영업이익이 5% 줄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한화케미칼도 4.3% 감소한 1,880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칠 전망이다. 원화 강세와 중국 춘제(음력설) 이후 일시적인 수요 감소가 수익성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는 향후 유가 폭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점진적으로 오르면 정유사 이익에 도움이 된다. 통상 정유업체들이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제품으로 판매하는데 3주 가량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유가가 오르면 싼 가격에 원유를 도입해 좀 더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팔아 정유업체들의 이익이 늘 수 있다"며 "단 수요가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유가가 폭등할 경우에는 수요가 위축되며 되레 정유사 이익에 악재가 될 수 있다. OPEC이 제시하고 있는 OECD 균형 재고량은 27억6,000만 배럴인데 현재 상태라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 달에는 수급 균형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석유화학업계의 자구적 노력과 정부, 지자체의 주도면밀한 대비가 동반되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울산의 위기는 단순한 한 업종의 대비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전체 산업의 연결고리를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울산 경제의 침체는 자만과 무사안일, 미래를 볼 줄 모르는 나태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보다 혹독한 진단을 한다.

그 좋은 예가 최악의 노사관계다. 현대중공업의 임단협은 지난 겨울에 이어 올 봄에도 지역의 최대 난제로 부상했고, 거의 매해 파업을 해오던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파업의 악순환을 이어갔다. 이대로 가면 울산의 미래는 참담하다. 행정의 창조적 정책과 시민들의 새로운 의식, 산업현장의 혁신, 정부의 집중적인 미래투자가 담보되어야 울산의 미래가 되살아 날 수 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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