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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위기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감부족에 시장 악화는 물론 최근들어서는 수주시장에서 조차 연이어 고배를 마시는 양상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대규모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전에서 잇따라 탈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회사 BP가 발주한 아프리카 또르뚜 가스전 개발 사업의 해양플랜트 일감을 중국 코스코와 프랑스 업체가 구성한 컨소시엄이 따냈다.

국내 조선사들은 앞서 진행된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스타토일의 해양플랜트 입찰에서도 수주에 실패했다. 조선업계는 중국의 저가공세와 자국 조선산업 보호주의 확산이 수주 실패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현재 조선업계의 내부갈등과 정부의 구조조정 실패가 더 큰 이유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수주 실패는 해양플랜트 만이 아니라 선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수수가 결정된 듯했던 인도의 군수지원함 5척 발주계획이 최종 실패로 결론 났다. 세계적인 방위산업관련 뉴스매체인 jane360에 따르면 인도정부가 2017년 인도해군의 군수지원함 5척을 현대중공업을 통해 건조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재입찰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도정부가 자국기업이 군수지원함의 건조를 희망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수준전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2015년 힌두스탄 조선소의 N.K. 미슈라 회장은 현지 신문인 '힌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선도함 1척을 건조하는 기간에 힌두스탄 조선소의 기술자들을 현대(중공업)에 파견해 경험과 기술을 습득하고 현대중공업의 기술 지도를 받아 나머지 4척을 인도 현지에서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반발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을 실시하기 위한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구조조정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회사에 제출했다. 노조의 요구안에는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 자기계발비 관련 비용 20시간에서 30시간으로 인상, 총고용 보장(고용안정협약서 작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회사가 호황기 때 수준에 버금가는 요구안이다. 누구보다 조선업황과 회사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노조원들이기에, 파업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무리한 요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보여 진다. 이에 사측은 지난 20일 기본급 동결과 경영정상화까지 기본급 20% 반납, 월차 유급휴가 폐지 후 기본급화, 연차 유급휴가 근로기준법 기준 적용, 임금피크 적용 기준 변경(만59세에서 만56세) 등의 내용이 담긴 '2018 임금과 단체협약 개정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노사 양측의 안은 서로에게 전혀 맞지 않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내용이다. 회사의 희망퇴직에 반발하며 파업 절차를 밟고 있는 노조의 움직임은 파국을 향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일 사내소식지 인사저널을 통해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개정안'을 공개했다. 회사의 개정안에는 △기본급 동결과 경영정상화 시까지 기본급 20% 반납 △월차 유급휴가 폐지 후 기본급화 △연차 유급휴가 근로기준법 기준 적용 △지각·조퇴 시 해당 시간분 임금 감액(감급) 규정 신설 등을 담았다. 또 △불임수술 휴가(3일) 폐지 △조합 투표·유세시간 등 인정시간 축소 후 기본급화 △임금피크 적용 기준 변경(만 59세→만 56세) 등을 담고 있다. 이 안은 노조에도 전달됐다.

회사는 "조선·해양사업 침체가 길어지면서 일감이 창사 이래 최저치로 떨어져 하반기에는 3,000여 명의 대규모 유휴 인력이 발생하고 올해 대규모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생존과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 매출 규모와 상황에 맞게 비합리적인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손을 볼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과거 호황 시에 만들어진 단체협약이 그동안 법률 개정 등으로 사문화된 일부 조항과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비합리적인 부분을 달라진 시대 환경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과도한 부분을 현실에 맞게 개선함으로써 고정비 축소를 통한 초유의 위기상황 극복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측의 자구노력이 담긴 협상안과 달리 노조의 요구안은 호황기 때를 돌아보게 하는 수준이다.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 자기계발비 관련 비용 20시간에서 30시간으로 인상, 총고용 보장 등이 그렇다. 노사의 골이 이만큼 깊은 상황에서 상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현재 상황은 노사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서로 마이웨이를 외치기에는 그 공통분모의 규모가 너무나 크다. 그 사실을 제대로 공감해야 노사간의 골이 좁혀질 수 있다. 위기에 대한 인식, 그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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