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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의 오랜 숙원이었던 울산도서관이 드디어 오늘 개관한다. 울산도서관은 지역 대표도서관으로써 시민들의 복합 문화 교육공간이자 지역 내 공공도서관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울산도서관은 울산 18개 공공도서관과 160여 개 작은도서관 간 네트워크 컨트롤타워 역할과 시민과 지식정보를 연결해주는 지역 커뮤니티의 심장이 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질적인 우수성은 이미 가시회되고 있다. 남구 여천동 꽃대나리로 140에 위치한 울산도서관은 지상 3층, 지하1층 건물로 부지면적 3만2,680㎡, 건물연면적 1만5,176㎡로 조성됐다. 지역 대표도서관으로 건립되고 있는 도서관 중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건물 외형은 울산의 지역성을 담은 독창적 디자인으로 반구대암각화의 고래 모양을 형상화해 설계됐다. 도서관 내부로 처음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1층 로비공간의 벽면 서가다. 도서관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이곳에는 6,000여 권의 전시용 책이 진열돼 있다.

울산 대표 도서관의 위상과 진정한 지식 문화의 장으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동시에 담아낸 이 공간은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웅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로비 왼편에는 어린이 열람실과 300석 규모의 다목적홀이 들어섰다. 로비 오른편에는 연속간행물실, 디지털자료실, 장애인자료실 등과 갤러리 공간도 마련했다. 2층에는 사무실과 북카페를 비롯해 각종 시민아카데미,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교실, 세미나실, 동아리실 등을 운영한다.

도서관의 메인인 3층 종합자료실은 약 1,000평의 면적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이곳은 자연채광이 가능한 구조로 독창성을 더했다. 일반자료 뿐 아니라 다문화 자료, 청소년 자료 등을 별도 공간으로 구획하고, 종합자료실 한가운데에는 'ㅁ'자 구조의 지역자료실을 마련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길을 만들고 책으로 하나가 되는 바라는 뜻을 담은 '글길'이나 독서 아지트인 '리딩 누크(Reding Nook)'등 특징적인 공간들도 곳곳에 조성했다. 이 외에도 야외문화공간인 '101인의 책상'과  '꿈마루 동산' '향유마당' 등 차별화된 시민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울산도서관의 개관장서는 14만 6,000여권으로 일반도서 12만 5,000권, 연속 간행물 3,155권, 전자책 등 디지털 자료가 1만 7,937권을 차지한다. 앞으로 매년 2만 5,000권의 장서를 추가로 구입해 2023년까지 31만 5,000권 이상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울산도서관은 녹색건축 인증 최우수 등급과 에너지효율 1등급,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BF:barrier free)에서도 최우수 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이같은 시설이나 콘텐츠가 아니라 태생적 한계로 거론되는 입지문제다. 울산도서관이 들어선 곳은 말그대로 대한민국 공해의 심장이다. 울산시는 부지 선정 초기부터 제기됐던 침수 가능성, 용연하수처리구역 하수중계5펌프장 이설, 대형 재활용업체 소음 등 환경적인 우려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인근 공단에서 대기 중으로 내뿜는 오염물질과 악취 문제는 오히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서관이 들어서는 남구지역에는 울산 전체 악취업소 423개소 가운데 가장 많은 200곳이 몰려 있다.

이지역의 악취 민원은 울산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될 정도다. 공단의 악취로 인한 민원 대부분은 남구에 집중되는 셈이다. 특히 도서관 공사가 진행 중이던 최근 2년간 인근 남구지역 국가공단에 12개의 화학공장이 신·증설됐다. 이 시설들의 주요 배출 오염물질은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황산화물(SOx), 대기오염물질인 탄화수소(THC), 법적 기준치 이내에서도 인체가 장기간 노출되면 폐 점막을 손상시키거나 폐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소산화물(NOx), 피부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해서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알려진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이다. 추가로 화학공장이 들어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문제는 울산시의 공해문제에 대한 안이한 태도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립도서관 부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인근보다 악취의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악취 원인 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악취에 대한 우려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으로 둘러싸여 괜찮을 거라는 인식은 참으로 딱하다. 여천천 주변과 공단 경계 지점은 저기압 때마다 매캐한 악취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발암물질인 벤젠의 함유량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 이곳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공해차단이 어렵고 한번 가라앉은 공해는 잘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 같은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도서관의 핵심은 정보 인프라이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첫번째 선택은 접근성과 쾌적함이다. 공해차단과 환경 개선 없이는 울산의 대표도서관의 위상이 실종될 수 잇다는 점을 감과해서는 안된다. 울산도서관이 울산을 넘어 전국의 모범적인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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