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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내에 마을이 있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지만, 행정구역상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있는 '대성동 자유의 마을'이다. 분단의 상징일 수도 있으나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기도 하다.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에 남북이 각각 1곳씩 민간 거주 마을을 두기로 합의하면서 8월 3일 북한 '기정동 평화의 마을'과 함께 생겼다. 두 마을 사이의 거리는 불과 800m 정도다. 팔을 뻗으면 바로 닿을듯 하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리게 될 '2018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찾았다.

# 800m 거리에 북한 '기정동 평화의 마을'
마을 이름은 처음 '토성(土城)'이었으나 '태성(台城)'이라고 불리다가 유엔군이 '대성'으로 발음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김동구 마을 이장(49)은 "군사분계선 가장 가까이 팔각정이 있는 자리에 언제 축조됐는지는 확실치 않은 옛 토성이 있어 '태성'이라고 불렀고 그 주변에서 기와 등이 많이 발견됐다고 어르신들께 전해 들었죠"라고 설명했다.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특이하게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규제를 받지만 유엔사령부의 통제 아래 있다. 판문점과 다르게 일반인 관광은 불가능하며 주민 출입까지 통제되는 곳이다. 외부인은 마을 주민 초대로 사전 신청한 사람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정해진 시간만 출입할 수 있고, 출입 시 JSA 민정중대의 경호를 받아야 한다. 마을 주민도 출입 시 사전 통보해야하며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는 통행이 금지된다. 저녁 7시에는 민정중대가 가구별 인원 점검을 한다.

마을의 위치적 특성상 민정중대가 24시간 상주하고 있어 치안 유지는 확실한 셈이다. 주민 전창복(63) 씨는 "옴짝달싹하지 못 할 정도로 매우 불편합니다(하하~). 지켜주니깐 고맙죠, 덕분에 안전합니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마을에서 태어나 63년 동안 살고 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전 씨와 같이 휴전 당시 이곳에 주소지를 둔 사람이거나 그 직계 가족들이다. 자유의 마을은 지난해 기준, 49세대 193명이 거주하고 있다.

교통수단은 버스와 자가용이다. 버스는 문산까지 가는 1개의 노선이 하루 3회였다가 올해부터 4회 운행 중이다. DMZ 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차량은 남북이 합의한 대로 청색천을 달아야 한다.

통제가 있어 불편한 만큼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4대 의무 중 국방·납세 의무를 면제받고 있는데 병역 면제에 악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시집 온 며느리는 주민이 될 수 있지만, 딸은 외부 남자와 결혼하면 마을에서 떠나야한다.

# 주민 개인 소유권 없고 경작권만 인정
주민들은 개인소유권은 없고 경작권만 인정돼 쌀, 콩, 고추 등을 주로 재배해 경제적인 수입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DMZ 접경 청정지역이라는 특성을 살려 고부가가치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인력의 출입이 어려워 일손이 부족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지 못 하는 어려움도 있다.

자유의 마을 유일한 교육시설은 대성동초등학교와 유치원이다. 대성동초교는 6·25 전쟁 이후 1954년 주민 자치로 운영되다가 1968년 5월 8일 대성동국민학교로 인가받으며 3학급으로 개교했다.

현재 학생 수는 학년당 5명씩 1학급, 즉 6학급으로 편성해 총 30명이고 교사 및 행정직원 수가 22명이다. 입학 자격은 마을 주민이어야 하고 외부인은 추첨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일반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교육환경으로 외지에서도 인기가 많다. 교육과정은 일반학교와 동일하다. 다만, 스쿨버스 출입 시간이 정해져 있어 방과 후 교육활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며 무료이다. 또 일반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학습도 특징이다.

# 마을회관 개조 영화관에 '마을 기록관'도
자유의 마을 내에는 편의시설조차 없는데 영화관이 있다. DMZ내에서 영화를 보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관은 마을회관 2층을 개조해 만들었으며 마을 내 유일한 문화시설공간(총 52석)으로 주민들에게 인기다.

김 이장은 "2012년 경기도·롯데시네마와 협약을 체결하고 영화관을 만들었는데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에 무료 상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을회관은 1997년 신축되면서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마을식당과 경로당, 구판장, 회의실과 롯데시네마(영화관) 등으로 구성됐다.

마을회관 시설 중 꼭 가볼 만한 곳은 옥상 전망대이다. 이곳에서는 북한 국기게양대, 개성공단과 기정동 마을, 개성 송악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망원경으로는 기정동 마을 주민 모습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옥상에서 본 국기게양대는 남북이 경쟁하듯이 마주하고 있다. 자유의 마을 국기 게양대는 99.8m의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며 태극기 크기는 가로 18m, 세로 12m에 달한다. 건너편 기정동마을 국기 게양대는 원래 80m 남짓이었지만 남한을 의식한 듯 165m 높이로 다시 만들어 세웠다.

통일이 된다면 관광지로 주목 받을 만한 곳이 있다. 정전협정 관련 문서, 군사분계선 표식, 마을의 역사, 주민들을 담은 영상 등 자유의 마을 65년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는 '마을 기록관'이다. 지난 1959년 지어진 마을 공회당인 '자유의 집'은 폐건물이 될 뻔 했으나,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행정자치부와 '대성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2016년 6월 3일 '마을기록관'으로 재탄생했다.

27일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게 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아무래도 느낌이 일반 국민들과는 다르겠지만 반응은 대체로 차분했다.

김 이장은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다보니 내·외신 기자들이 우리 마을에 관심을 너무 많이 가져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잘 되길 바라며 이장으로서 우리 마을이 잘 보존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김잠출기자 usm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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