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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울산시청 시민홀에서 조금 특별한 연수가 실시되었다. 울산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다문화가족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나도 우리울산 유권자다!' 연수가 개최된 것이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에서의 삶에 대한 응원 및 위로'를 주제로 한 힐링 문화공연과 서바이벌 선거퀴즈 등이 실시되어 참여자들은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다문화가족 여성 지원 시민단체인 '울산 다문화 해울이'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그 의미를 더했다.

선관위가 이번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오는 6월 13일 실시하는 지방선거에 다문화가족 여성들의 투표 참여를 안내(또는 독려)하기 위해서다.
독자들 중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분들도 계실 듯하다. 다문화 여성 또는 외국인들 중 국적을 취득한 자는 당연히 선거권이 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지방선거에 한하여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외국인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2005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다.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의 경우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외국인의 선거권을 인정한 것은 아시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이들을 이방인이 아닌 함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동등한 대상으로 인정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다문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다문화사회에서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사회의 안정과 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함일 것이다.

누군가는 '왜 국적이 없는 또는 병역의 의무도 지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족은 2017년 기준으로 200만을 돌파해 전체 인구의 4%를 넘긴 상황이며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가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할 정도이고 향후 2022년에는 1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 속에 어떻게 안정적으로 사회통합을 이룰 것이냐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선거참여를 통해 당당한 시민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다문화가족 여성들은 투표참여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행사가 진행될수록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지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에 행사 기획자로서 참으로 보람차고 뿌듯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현행 선거에 있어 이들 다문화가족을 우대 또는 배려하는 제도가 없어서다. 다시 말해 선거권에 있어서는 일반 외국인과 동일하게 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한국으로 시집와서 가족관계증명서에 이름을 올리고 아이를 낳아 우리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생활하여도 국적을 취득하거나 3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여전히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선거권에 있어선 그냥 외국인과 다를 바가 없다. 

결혼이주 여성을 이주민이라는 사회적 소수자로,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로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향후 법이 개정된다면 다문화가족에 대한 선거권 완화가 필요하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뿌리내린 그들에게 3년은 너무 길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해야 할 일을 하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행사와 관련하여 지방선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다문화가족 여성분을 만났는데 고향 식구들에게 한국을 자랑하였단다. "외국인에게도 선거권을 주는 개방적인 한국으로 시집왔다"고 말이다. 이런 분들이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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