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태탐사를 하고 있었다.
2010년 '생태탐사-생명의 회야강'이란 주제로.
4월의 어느 봄날 웅촌면 통천리다. 투망을 추스르다 바라본 강가에는 온몸에 하트 문양을 한 십만 병사가 나에게 달려왔다. '저게 뭐지?' 투망을 놓고 달려가 마주 대하니 온 강 가장자리에 자주색 식물이 가득하다.

 

자주광대나물
자주광대나물

자주광대나물이다. 이 식물은 느낌이 자주색을 띠고 코딱지 광대나물을 닮아 자주광대나물이라 부른다. 1996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중부이남 지역의 둔치, 길가, 논둑 등에서 자란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이사 온 후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는 귀화식물이다.

외국이 원산지인 식물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야생에서 스스로 번식하며 살아가는 식물을 귀화식물이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귀화식물에는 개망초, 자운영, 달맞이꽃, 코스모스 등이 있다. 반면에 장미와 튤립 같은 식물은 흔한 식물이지만 스스로 야생에서 살아가지 못하고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식물을 재배식물이라고 한다. 국립수목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자생식물이 4,170여종, 재배식물이 1만200여종, 19세기 전후 외래문물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 온 귀화식물이 320여종 등 총 1만5,000여종의 식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4월 13일, 26일에 있을 우리 아이들의 태화강 100리길 걷기를 대비해 사전 현장답사를 나갔다. 문수고 뒤쪽에 차를 세우고 강가로 내려서니 자전거길 주변에도 온통 자주광대나물이다. 이제 자주광대나물은 태화강에도, 회야강에도, 외황강에도 그 주변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울산 식물의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소래풀
소래풀

2013년 4월 29일 척과천이다. 한창 탐사를 하는 데 강 가장자리에서 이름 모를 꽃이 나를 유혹한다.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양귀비도 아닌 것이, 유채도 아닌 것이, 무꽃도 아닌 것이 푸른빛을 띤 자주와 보라가 섞인 오묘한 색의 꽃. 색동옷을 입은 양귀비가 마치 우아하게 춤을 추는 듯하다.
소래풀이다. 소래포구에서 처음 발견되어 소래풀이라고 부른다. 양귀비목 십자화과로 제갈채(諸葛菜), 보라유채, 제비냉이 등 이명(異名)도 많다.  
이 소래풀을 사천성 일대에서는 제갈채라 부른다. 이는 제갈량이 전쟁터에 주둔할 때 가장 먼저 시킨 일이 주변의 빈 땅에 이 소래풀을 심게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군량미를 전장에서 조달한 셈인데 7가지의 장점을 들고 있다. 1. 식량대용이 가능하고, 2. 날 것으로 먹어도 되고, 3. 속아 먹을수록 잘 자라고, 4. 오래될수록 잘 번식하며, 5. 이동 시에 버리고 가도 아깝지 않고, 6. 겨울에도 잘 자라며, 7. 요리법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무 종류라 소화도 잘 될 것 같고, 병사들이 무거운 군량미를 옮기는 노고도 좀 들어줄 것 같다. 꽃말처럼 제갈공명의 병사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넘치는 지혜를 보는 것 같다.

소래풀은 중국이 원산지로 안양천, 탄천 뚝방 등 전국의 하천가에 자생하고 있다. 때로는 조경용으로 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소정방이 백제를 칠 때 가져온 식물이라는 설이 있으나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비록 귀화식물의 신세이지만 갓꽃과 함께 4월의 태화강 백리길 1구간을 장식해도 좋을 것 같다. 4월 태화강가에 노랗게 핀 꽃을 사람들은 유채꽃이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거의 대부분 갓꽃이다. 갓도 원산지는 중국이다.

 

물냉이
물냉이

갓꽃이 질 무렵 태화강을 가득 메우는 또 다른 식물이 있다. 물냉이와 물칭개나물이다. 갓꽃이 강가에 핀다면 물냉이와 물칭개나물은 물이나 물가에서 자란다. 물에서 자라는 냉이이니 물냉이 이고, 물과 친한 나물이니 물칭개나물이다. 물칭개나물이야 자기 고향에 사는 식물이니 뭐라 할 수 없고 물냉이는 유럽이 원산지인데 광복 이후 국내에 유입되어 전국의 하천에서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태화강에 강 속에서는 배스와 블루길이 우리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동안 강가에서도 외래종인 귀화식물들이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가시박, 돼지풀 등 생태교란종 식물들도 늘어나고 있다. 태화강 주변의 귀화식물과 생태교란종, 그리고 우리 자생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관리가 필요할 때다.태화초등학교장·녹색지기단 단장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