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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방으로 향하는 다양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점이 철도와 해양부문의 기회다. 이미 부산의 경우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도착하는 일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이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힘에 따라 나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사안이 그냥 말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가시화 할 문제라는데 있다.

철도의 연결은 단순한 교통수단의 연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원도의 경우는 남북교류사업 재개 시 가장 가시적인 진전이 기대되는 사업으로 동해선의 연장선인 강릉∼고성 제진 간 동해북부선 철도 등 남북 강원도 간 철도 연결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동해북부선은 통일·북방시대를 대비하는 남북 종단연결교통망이자 미래 유라시아대륙과 통하는 핵심 교통망이다. 부산에서 북한∼러시아를 거쳐 유럽을 잇는 대륙철도와 연결하는 사업이다. 2016년 확정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 사업으로 반영돼 있다. 총사업비는 2조3,490억원으로 시속 250㎞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동해북부선은 부산∼울산∼삼척∼강릉∼고성∼원산을 잇는 동해선 철도의 일부분이다. 총 167.4㎞로 삼척∼동해∼강릉은 철로가 놓여있고, 강릉∼양양∼속초∼고성 구간은 단절된 상태다. 강릉∼고성 제진 구간만 연결되면 울산에서 동해안을 종단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되는 철도망을 구축할 수 있다. 고성 제진에서 군사분계선까지 7㎞는 2006년 12월 철도가 완공돼 바로 북한 철도와 연결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철도 노선이 한반도철도(TKR)∼시베리아철도 연계의 최적 노선인 데다 경제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데 있다. 만약 이 노선이 정말 실현된다면 해상운송보다 수송시간을 23일 단축, 획기적인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동해북부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지난 3월 국회에서 동해북부선 복원 당위성을 알리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공론화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동해북부선 건설을 강원도 핵심 인프라 프로젝트로 선정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동해북부선과 함께 경원선과 금강산선도 가시적인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경원선은 분단 70주년이었던 2015년 남측 구간 복원 기공식도 열렸으나 토지 매입 지연 등을 이유로 지금은 공사가 중단돼 있다. 이와 관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올해 공사를 재개해 마무리 짓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울산은 이미 동해안 시대를 대비한 여러가지 준비를 해왔다. 이미 울산은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경제 권역을 확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단순한 동해안 시대를 넘어 울산이 북방으로 향하는 경제 거점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방으로 향하는 철도의 연결은 동해안연구개발특구 지정과 관광진흥 등을 기반으로 시베리아·북극해까지 경제권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울산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북방 경제의 호재는 얼마든지 더 확장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동안 울산경제의 발전 축은 부산과 경남 등 동남권이었다. 동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동남권경제협의회, 동남권상생발전포럼, 산업별·업종별 협회 등 기존에 구성된 각종 기관과 단체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제는 동남권 중심의 인식과 행동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북방으로 향하는 철도와 항만이 갖춰진다면 강원도 속초, 북한 나진, 더 나아가 동시베리아와 북극해까지 경제 권역을 확대하는 환동해안시대를 향한 여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울산에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의 주요항구와 교류가 가능한 울산항이 있고, 탄탄한 산업기반 역시 환동해안 거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동해안을 통한 한반도 종단철도·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사업은 그래서 울산으로서는 제2의 산업화를 위한 전기가 될 수 있다. 울산이 동해안연구개발특구 지정, 동해안관광 진흥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동해안은 향후 북방 시대의 거점이자 환동해권의 교통 요충지로 잠재력이 크다.

이 같은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인근 지역 및 국가와 공조를 펼쳐 나간다면 환동해안은 울산 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환동해권 경제권은 한반도 동해안 지역, 일본 서안,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을 망라한 글로벌 경제협력벨트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환동해 연안 4개국 도시들은 동해를 발판으로 삼아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 출발지에 울산이 있는 만큼 모든 역량을 발휘해 북방시대에 대비해 나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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