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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택사업경기가 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정책에 지역 주력산업의 붕괴 여파가 겹친 이후 바닥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화되는 거래 절벽과 쌓이는 미분양 등으로 봄 분양 시장은 이미 실종됐다. 여기다 입주폭탄이 계속되고 지역 경기도 하강곡선을 멈추지 않으면서 '빈집 대란'의 현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 내년까지 1만 6,000가구 공급 대란
주택산업연구원이 3일 공개한 울산지역 지난달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SBI) 실적치는 울산 35.7로 나타났다. 전달 실적(37.5)보다 1.8p 하락했고, 당초 4월 전망치(52.1)에는 16.4p나 못미치는 수치다. 

지난달 울산의 HSBI는 주산연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로, 전국 특별·광역시 중에서도 가장 낮다. 전국 평균은 65로 나타났다.
HSBI는 주택건설 사업의 체감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수치로, 울산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하강국면 중에서도 마지막 단계 직전까지 주저 앉았다.

HSBI(기준선 100)는 상승-보합-하강 순으로 이어지는 총 3단계로 나뉘어지고, 울산은 하강국면 중에서도 바닥에 가깝다. 하강 국면은 75 이상~85 미만(1단계), 50 이상~75 미만(2단계), 25 이상~50 미만(3단계), 25 미만(4단계) 등 총 4단계로 나뉘어진다. 울산의 HSBI가 바닥에 근접한 위치까지 내려오자 시장에서는 자칫 '재기불능'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나머지 85 이상~115 미만까지 보합구간이고, 115 이상∼200 미만은 상승구간이다.

이는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 정책과 조선, 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의 침체가 맞물리면서 거래 절벽이 장기화된데 따른 것이다. 여전히 주택시장 하강기류는 현재 진행형이어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2~3년 전 호황기 때 분양했던 물량의 입주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공급과잉은 심화되고 있다.

# 미분양 물량, 석달만에 두배 불어나
이달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울산에서는 신규 아파트 1,620가구가 주인을 맞는다. 6월에는 남구 신정동 미소드리움(62가구), 북구 신천동 효성해링턴 플레이스(914가구)가 입주한다. 이어 7월에는 남구 신정동 신정지웰(200가구),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KTX울산 우성스마트시티뷰(444가구)가 입주 바통을 이어간다. 5월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없다.

이들 아파트를 포함해 올 한해 울산에서 새주인을 맞는 입주 아파트는 총 올해 8,500가구에 달한다. 내년에는 7,700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이미 9,800가구에 달하는 입주 폭탄을 맞은 울산은 2년간 1만 6,000가구가 넘는 입주 물량을 추가로 소화해야하는 처지다.

이미 미분양 적체가 시작된 상황인만큼 앞으로 이어질 공급과잉은 결국 '빈집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울산의 미분양은 3월말 기준으로 830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481가구에 그쳤던 미분양은 3개월만에 두배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분리되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도 36가구나 된다. 지난해 12월 14가구 였던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올들어 1월 21가구, 2월 36가구 등으로 불어난 이후 3월까지 비중이 유지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이사철 분위기는 아예 실종됐다. 겨우 집을 팔거나 세입자를 구해도, 시세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서 예전에 받았던 대출이나 전세 보증금 조차 갚지 못하는 사례가 이미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분양 받아놓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려해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불가피하게 전세를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전세까지 나가지 않아 두 집 가운데 한 집은 비워진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경기 회복 기미없어 더 나빠질듯
주택시장을 끌어내리고 있는 지역 경기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릿고개를 견디다 못한 현대중공업은 2,400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고, 미포조선도 무기한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발 매출 급락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회사가 존폐기로에 직면한 만큼 필요시 희망퇴직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감이 없다보니 울산 경기를 움직이는 대규모 산업단지의 움직임도 둔해지기 시작했다. 울산의 양대 국간 산단인 울산·미포산단과 온산산단 가동률은 각각 84.1%, 88.4%로 떨어지며 80%대로 주저앉았다. 이 역시 조선과 자동차의 급격한 부진 때문이다. 올들어 1~2월 울산·미포산단 내 가동률은 자동차의 경우 74.2%로 지난해 같은기간(97.9%)보다 23.7%나 급락했다. 조선업도 87.6%로 같은 기간 94.1%에서 6.5%가 줄어든 상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박동철 울산본부장은 "석유화학을 제외한 지역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의 수출 부진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추세로 접어들었고 이같은 패턴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급폭탄과 지역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지역 주택시장은 한동안 먹구름이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주산연 관계자는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규제 대책이 연이어 발표된 상황에서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울산의 경우 지역산업이 붕괴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등 주택사업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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