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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로 시작된 올해의 남북교류는 마침내 성공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을 낳았다. 남북은 서서히 '가을이 왔다'라는 서울 공연을 향해 가고 있다.

5월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날을 전후로 한중일 정상회의와 북미정상회담, 풍계리 핵시설 폐기와 본격적인 남북교류, 이산가족 상봉과 경협 그리고 가을의 평양 정상회담이 기다리고 있다. 말 그대로 '한반도 빅뱅'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올 봄 '한반도에 완연한 봄이 왔다'고 해야 한다. 얼어붙었던 동토를 녹여 씨앗이 싹트고 땅은 부드럽게 변하고 꽃은 활짝 피어났다. 봄을 보내면 뜨거운 여름이 오고 다시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온다. 그 사이에 천둥이 치고 우박이 내릴 수도 있고 며칠 따뜻하다가 눈비가 내리며 몸을 움츠리게 할 수도 있다. 봄이 쉽게 오지 않았듯이 가을의 결실도 쉬이 오지 않을 수 있다. 꽃샘추위와 같이 봄을 시샘하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봄을 기다렸던 것은 따뜻한 날씨와 꽃이 피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씨앗을 뿌리고 여름을 지나 가을에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남북관계에 봄이 왔지만 결실을 맺는 가을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봄의 시샘도 뜨거운 여름도 이겨내야 한다. '봄이 온다'에서 '가을이 왔다'로 마무리 될 올해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기다려진다. 뜨거운 가슴은 확인됐다. 이제 차가운 머리를 가져야 할 때다.

우리가 바라는 결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협정을 맺으면 가장 좋은 일이다. 다시 기회는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을 잘하고 있고 북한은 개방과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고 미국은 국내정치 안정을 위해서라도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고 도보다리에서 평화로운 산책과 환담을 나눴다. 둘의 대화는 새들만이 들었지만 그 풍경은 세계적인 명장면이 되었다. 푸른 숲 속의 작은 다리 위에서 소곤소곤 나눴던 대화의 풍경! 희망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면 된다.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 공연은 '가을이 왔다'라고 하자고 제안했다. 상징적인 표현이다. 북한이 올 가을 서울에서의 공연을 '가을이 왔다'라고 하자는 것은 앞으로 남북 대화, 남아 있는 과제들을 잘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주 우리 민족 모두의 화두는 남북정상회담이었고 '남북통일'이었다. 전 국민이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다니'라는 감탄과 환호와 눈물을 쏟아냈다. 마치 며칠 만에 다시 만난 사람인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사이좋게 넘는 장면을 생생히 보았다. 

군사분계선이라는 것이 물리적인 경계, 단지 5cm 높이의 시멘트 구조물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65년간 남북을 가르고 있는 군사분계선은 아무나 마음대로 넘을 수 없는 위험하고도 분명한 경계선이었다. 그 경계가 존재함으로써 우리 민족은 가족 친지들과 헤어져 만날 수 없었다. 그 경계로 인해 우리는 형제끼리 적대시하고 미워하며 살아왔다. 그런 경계가 단 10초만에 무너졌다. 두 정상이 그냥 그대로 넘어갔다 넘어왔다. 마음 먹기에 따라 결코 장애물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우리 마음 속의 경계를 허물어 보자. 증오와 미움으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우리는 민족의 갈등 속에서 오랫동안 그것을 보아왔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복수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노력으로 관계를 변화시키면 세상이 변하는 기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마음 속에 존재하는 굳은 경계들을 조금씩조금씩 허물어 가자. 사랑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일 때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시기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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