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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미 시인의 새 동시집 '커다란 빵 생각'이 재작년에 출간되었어요.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어이없는 놈'에 이은 두 번째 동시집이자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의 마흔네 번째 징검돌입니다. 이번 책에서 시인은 내면의 아이로 더욱 가깝게 돌아가 자기 자신의 안팎을 전 방위적으로 탐험한 자취를 보여 줍니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시각화해 주었던 오정택 화가가 이 그림을 그려 책이 더 반짝입니다. 유아적 느낌의 시원스러운 드로잉과 디지털로 입혀진 패턴과 색채의 묘한 어울림으로 시인의 시 세계의 독특한 맛을 전하고 있어요.

동생 떼어 내기

김개미

숲에 가고 싶다고?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백과사전에도 없는 벌레들이
독을 뿜으며 반길 텐데
괜찮겠어?

수풀을 찢으며
육식 공룡들이 모가지를 내밀고
시조새가 따라올 텐데
괜찮겠어?

보아 구렁이가 뚝뚝 떨어지고
거대한 시체꽃이 네 이름을 불러
게다가 늪 천지야
물론 늪의 주인 악어는
먹잇감을 한 번도 살려 보낸 적이 없어

이건 정말 말 안 하려 했는데
거긴 발만 들여놓으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블랙홀도 있어

사랑하는 동생아
형이 가서 안전한 길을 찾아보고 올 테니
너는 집에서 기다리는 게 어떻겠니?

 

김이삭 아동문학가
김이삭 아동문학가

이 시를 보면 일곱 살 적 기억이 떠올라요. 그땐 저보다 두 살 많은 언니가 동경의 대상이었지요. 신비하고 재미나는 곳으로 갈 것 같아 졸졸졸 따라다녔지요. 그 당시 언니랑 친구들은 저를 떼놓기 위해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끝까지 따라다니는 저에게 항복하고 말았지요. 그때를 생각하니 웃음이 쿡 나와요. 이 시의 대처 방식으로 했다면 저도 포기하였을 지도 모르겠네요.

모기향

김개미
꼬마 불씨가 다리를 건너간다

톡,
톡,
톡,
톡,

다리를 다 부러뜨리고
'모기향' 이라는 시를 보고 저는 탄복을 하고 말았어요. 딱딱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표현, 기발한 생각을 하는 생각대장 김개미 시인의 다음 동시집을 함께 기다려 봐요. 
 김이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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