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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의 봄을 대표하는 작천정 벚꽃보다 아름답고 멋진 얼굴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지난달 지역의 최대 벚꽃길로 유명한 작천정 벚꽃길에서 삼남면발전협의회의 주최로 '작천정 벚꽃축제'가 열렸다. 이 곳에는 수령이 100년 이상 되는 왕벚나무 300여 그루가 1㎞구간에 걸쳐 빽빽히 나열해 있어 이맘때마다 '벚꽃터널'을 연출한다. 이번 축제에도 봄 기운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 속에 나들객들을 맞이하는 70이 넘은 어르신들이 있었다. 어르신들은 서부노인봉사회 회원들로 서부노인복지관에서 활동하는 어르신 20여 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봉사 모임이다. 봉사회는 지난달 지역의 최대 벚꽃길로 유명한 '작천정 벚꽃축제'에서 처음으로 먹거리 부스를 운영했다.

연로하신 어르신이 봉사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초반에는 구성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의욕 넘치는 어르신들이 주축이 돼 금세 조직이 꾸려졌다고 한다. 평균 칠십이 넘은 어르신들은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9일까지 11일 동안 음식 준비부터 조리, 서빙, 설거지까지 직접 도맡았다. 음식을 잘하는 어르신은 손수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에 소질이 없는 어르신은 서빙과 설거지를 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부스에서는 파전과 묵무침, 국수 등을 팔았는데 어르신들의 약한 체력을 감안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운영했다. 부스 운영에는 하루 평균 20여 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는데 축제 기간 동안 총 200명 넘는 어르신이 일손을 거들었다.

축제 기간 중 며칠은 비바람이 불고 기온도 떨어져 바깥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 곤욕을 치렀다. 팔순이 넘은 어르신 몇 분은 허리와 다리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모두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궂은 날씨에도 어르신들의 먹거리 부스는 성공적이었다. 음식 맛이 좋고 양도 많아 축제 기간 내내 인기를 끌었고 순수익 505만원을 기록했다. 

봉사회는 하루도 쉬지 않고 어렵게 거둔 수익금을 복지관 무료 급식 비용으로 흔쾌히 쾌척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식권 구매가 어려운 어르신부터 복지관을 자주 드나드는 어르신까지 지역 어르신들이 함께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무료급식에는 4일 동안 2,000여 명이 다녀갔는데 급식하는 내내 고맙다는 인사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식사를 하는 어르신은 봉사회가 베풀어 준 마음이 고맙고, 봉사회는 식사를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던 것이다.

정성근 서부노인복지관 운영위원장은 어르신들이 같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흉년에 자식 입에 먹을 게 들어가는 것처럼 흐뭇했다고 회상했다. 부스 운영 기간 내내 안방마님 역할을 한 신명순 운영위원은 부스 운영이 끝나자마자 성대결절에 목감기까지 걸려 병원 신세를 졌지만 보람이 있었다며 기회가 되면 또 나서겠다고 전했다.

봉사회는 무료 급식 이외 남은 수익금은 복지관 휴게실 TV 구입과 마이크 수리 등으로 쓸 계획이다. 어르신들의 무료 급식 이후 복지관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모임을 만들어 큰 행사를 치르고 그 결과물을 동료 어르신들을 위해 쓴 따뜻한 마음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작천정 벚꽃이 아름답다 한들 어르신들이 땀 흘려 번 돈을 동료들과 나누는 모습보다 아름답겠는가. 어르신들의 따스한 나눔의 정이 나비효과가 되어 울주군에 널리 퍼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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