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선]들쑥 향내는 바람에 일고
[시인의 詩선]들쑥 향내는 바람에 일고
  • 울산신문
  • 승인 2018.05.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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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 향내는 바람에 일고

정윤천

누야는 막내를 업고 나는 새참 보퉁이
마을은 벌써 등 너머서 끝이나 산입 드는 탱자나무 길
고적한 울타리 가엔 누군가 흘려 놓고 간
상여꽃 하얀 상여꽃

어디선가 들쑥 향내는 바람에 일고

미영꽃 하얀 미영밭 속 우리 어머니
흙 묻은 젖무덤 열어 엉거주춤 뒷태 돌아앉으면
울 엄니 그 산밭머리 영락없는
미영꽃 하얀 미영꽃

어디선가 들쑥 향내는 바람에 일고

한 삼년 미영농사 벌어 이불 세 벌 짓고
누야는 삼십 리 강둑길 따라서 눈물로 시집가는 길
꽃처럼 그 길 위에 흘려놓고 간
손수건 하얀 손수건

어디선가 들쑥 향내는 바람에 일고

△정윤천 : 전남 화순 출생.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당선. 1991년 '실천문학'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며 본격 활동 시작.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라' '구석' 시화집 '십년만의 사랑'

 

박성규 시인
박성규 시인

바쁘게 보낸 봄이었다. 아니 조용시리 보낸 봄이었다. 절기상으로 곡우를 지나 보내면서 텃밭에다 금년 먹을거리 씨앗을 뿌리고 여러 가지 모종을 심고 나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 듯싶다.
그동안 날씨 핑계대고 바쁘다고 핑계를 대면서 주변의 풍광에 대해 무관심하게 보냈다 싶어 얼마 전 입양한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다 보니 봄의 흔적이 거의 지워져 가고 있었다. 언 땅을 이기고 나와 제 생명을 부지하는 식물들을 보면 참으로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저것들이 원하지 않는 곳에 피어나면 모조리 잡초가 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쑥을 캐지 않았다. 매년 쑥 캐는 재미가 솔잖았는데 왜 그리도 캐기 싫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도 쑥에 눈길이 갔다. 늦었지만 저 쑥을 캐다가 국을 끓여 먹을까하고 고민하던 중에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바로 후투티였다. 인디언 추장 같은 모습으로 논두렁에서 뭔가 먹을거리를 찾아 부리로 쪼는 모습이 신기했다. 후투티가 있을만한 곳이 있을까하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너른 벌판만 있을 뿐인데 어찌 여기까지 왔는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반갑기 그지없었다. 사진 전시회 액자 속에서 만났지만 직접 보게 된 것은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정윤천 시인의 모습을 닮지 않았을까?


인연 따라 만나고 헤어진다 했지만 쑥이란 것이 오늘은 저 후투티를 만나게 해 줄줄은 누가 알랴만 쉬이 오지도 않던 봄이 훌러덩 가버리는 요즘 날씨가 예전하고는 사뭇 다르다고 느껴지지만 잊고 있었던 인연을 다시 챙겨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논두렁에 자란 쑥이랑 후투티를 보다 보니 어머니가 더 그리운 하루가 되었다. 들쑥 향내가 바람에 일어 그리움을 만들고 있었다.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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