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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는 소설 속 주인공은 일본 소설 『스물네 개의 눈동자』에 나오는 선생님과 12명의 학생이다. 내가 이 소설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유학시절인 1990년도이다. 벌써 25년 전 일이 되었으니, 세월은 참으로 잘도 간다. 당시 일본 TV에서 반영한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그때 본 영화를 녹화를 해 두어서 지금은 수업 자료로 사용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감상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로 <섬마을 선생님>도 있고,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이미자씨가 부른 <섬마을 선생님>이 1967년에 탄생했으니 시간과 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섬마을 선생님을 소재로 한 이야기나 드라마는 더러더러 회자되고 있다.
소설 『스물네 개의 눈동자』는 1952년에 발표한 작가 쓰보이 사카에(壺井榮, 1899~1967)의 대표작이다. 작품은 1930년대에서 1940년대에 전쟁이 일반 서민들에게 미친 영향을 가감 없이 잘 그려내고 있다.

섬마을의 작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12명의 제사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작가의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제목 <스물네 개의 눈동자>는 12명의 제자를 일컫는 말이다.

어린 나이에 가난한데다가 비참한 운명에 처해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그 안에 잠자고 있는 잠재력을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선생님, 전쟁이라는 불가항력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각계각층에서 절찬한 명작이다.

쓰보이 사카에는 이 작품 하나로 유명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평론가들이 "부엌에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나온 작가'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1931년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일본의 15년 전쟁은 군부의 군국주의적인 정책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뒤틀려버린 예는 허다하다. 이러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어 있는지 소설 속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1928년 아름답고 가난한 작은 섬마을에 젊은 여선생님이 부임해 왔다. 처음으로 1학년을 맡게 되는데 학생은 모두 12명이었다. 선생님은 손키, 타케우치, 키친, 탄코, 니쿠타, 마쓰에, 미사키, 마스노, 후지코, 사나에, 코토에, 코쓰루 12명의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갖고 보살핀다.

가난하지만 비교적 평화롭고 일상적인 생활이 반복되는 섬마을에 1930년대가 접어들자 남학생들은 하나둘씩 학도병으로 군에 가기 시작했다. 군에 가는 남학생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칠 각오를 하고 가고, 또한 부모님들도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라고 한다. 누구하나 거역할 생각을 안 한다. 자식이 전쟁터에서 죽으면 그 부모는 자랑스러운 애국자의 부모가 된다.

선생님은 전쟁터로 나가는 제자들을 향해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당부를 한다. 그러나 남학생 다섯 명 중에 세 명은 전쟁터에서 사망하고, 한 명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오고, 한 명은 부상당해 장님이 되어 돌아왔다. 이들의 죽음과 상처는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작가는 이러한 전쟁에 대해 "나는 전쟁이란 사람에게 불행밖에 주지 않는 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설 『스물네 개의 눈동자』는 작가의 반전정신이 잘 드러 있는 작품인 것이다.

여학생 중에는 가난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일찍이 돈을 벌기 위해 도회지로 나간 학생, 결핵에 걸려 제대로 진료 한번 받지 못하고 쓸쓸히 죽어간 학생, 자신의 꿈을 이루어 모교의 선생이 된 학생, 집안의 가업을 이어 요리집을 운영하는 학생, 조산원이 된 학생 등 다양한 학생들의 인생인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을 선생이 되어 다시 한번 읽어 보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나는 과연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 해 주어야 할지 오늘밤에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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