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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통도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력해졌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위원회(WHC) 자문기구로 세계유산 후보지를 사전 심사하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개 사찰 중 통도사와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 등 4개 사찰을 등재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등재 권고된 4개 사찰은 7세기 이후 한국 불교의 전통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는 살아있는 종합승원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았으며, 개별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계획 등도 충분한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들 사찰은 오는 6월 바레인에서 개최되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번 이코모스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최종 등재 여부가 확정된다.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반구대암각화를 가진 울산으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 빨리 선결되어야 할 반구대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요원하기만 한 상황이다.

통도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력해지면서 반구대암각화라는 출중한 문화유산을 가진 울산으로서는 통도사와 반구대암각화, 경주를 잇는 세계문화유산 관광벨트를 구상하게 돼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 양산 영축산 자락에 자리한 통도사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15년(646)에 대국통 자장스님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전남 순천의 송광사, 경남 합천 해인사와 더불어 국내 삼보사찰로 손꼽힌다. 통도사라는 이름은 이 절이 위치한 산의 모습이 부처가 직접 설법하던 인도 영축산과 통한다(此山之形 通於印度靈鷲山形)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승려가 되려는 사람은 모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통도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통도사는 특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이 있는 제1적멸보궁으로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는 사찰로 유명하다.

세계유산분과 문화재위원인 명법스님은 "이번 권고로 해당 사찰들의 문화유산 등재가 이뤄지면 한국만의 좋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보존하고 선양해야할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 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통도사의 경사는 이제 울산으로서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된 결과로 다가온다. 반구대암각화의 영구보존을  위해 생태제방을 추진했던 울산시는  지난 2009년과 2011년 문화재위원회가 생태제방안을 연거푸 부결시킨 뼈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그 대안으로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주문하고 여전히 그 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울산권과 대구·경북권의 물문제와 연계돼 있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상황이다. 여기에 정치권이 툭하면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에 개입해 보존문제를 정치적 입지다지기나 지지층 결속의 이벤트성 이슈로 만드는 우를 저지르고 있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개념조차 모호한 문화재위원이나 숨죽어 지내다 기회가 오면 곰팡이 균처럼 마각을 드러내는 정치인들의 이슈 선점화는 이제 지겹다. 그런 따위의 무지와 술책으로 반구대암각화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된다.

지금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반구대암각화 앞으로 흐르는 대곡천과 함께 주변 지형의 변화를 동반하는 문화재 형상변경 문제다. 이 문제는 사실 반구대암각화가 발견된 시점부터 돌아가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위한 문제에 불과하다. 지난 1971년 겨울 반구대암각화가 발견됐을 때 이 일대는 이미 울산공업센터의 용수공급을 위한 사연댐 축조가 끝난 상태였다.

7000년의 원형을 간직했던 대곡천이 사연댐의 축조로 지리적 자연적 생태적 변화를 겪고 난 이후였다. 대곡천의 유속이 달라졌고 암각화 주변의 풍광도 변했다. 무엇보다 이미 수년째 반구대암각화는 사연댐 수위와 비례해 자맥질을 반복해오던 시기였다. 문제는 바로 이 당시의 잠정목록 등재가 반구대암각화의 보존해법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돼 버린데 있다. 대곡천 주변의 자연환경과 반구대암각화, 천전리 각석을 세트로 묶은 세계유산은 반구대암각화를 자연유산과 연계한 유산으로 혼돈하게 만들어 원형보존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주류를 이루는 우를 범했다. 이런 어리석은 발상은 반구대암각화 하나보다는 주변과 연계한 것들을 함께 묶어야 세계유산 등재가 쉬울 것이라는 학계와 문화재청의 엄청난 패착이 만든 결과였다. 한마디로 무지의 결과다. 반구대암각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치는 세계 문화유산인데도 이를 모르고 어정쩡하게 자연유산과 혼재한 문화유산을 신청해 대곡천 일대의 원형보존이라는 이상한 족쇄를 반구대암각화에 채워버린 셈이다. 반구대암각화의 실질적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문화재 당국의 오판이 낳은 참사였다. 이제 그 모든 오류를 제대로 전리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기회가 왔다. 통도사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문화유산이 물길 바꾸는 문제보다 본질적 가치와 주민들의 문화재에 대한 보존 노력에 달려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 사실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잘못된 판단을 하루빨리 바로 잡아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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