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짧은 봄처럼 가버린 작가-아메데오 모딜리아니
5월 짧은 봄처럼 가버린 작가-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울산신문
  • 승인 2018.05.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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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섭 미술평론가 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5월 14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많은 언론이 촉각을 세우는 작품이 나타났다.(이 글이 나갈 때면 결과는 이미 나와 있을 것이다) 추정가가 1억 5천만 달러(약 1,600억 원)이지만 기록경신이 충분하다고 보는 이유는 1917년에 그린 모딜리아니 작품 '누워있는 나부'이기 때문이다.   

4월 봄바람은 따듯하지만 날카로운 얼음을 감추고 있고, 5월 봄바람은 살랑거리지만 가시를 숨기고 있어 에로틱하다. 아마 생명의 탄생을 볼 수 있는 시기 때문일 것이다. 36살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그의 인생도 작품도 5월 봄바람을 닮았다. 준수한 외모와 바람기를 가지고 188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1906년 예술가의 영혼이자 고향으로 사랑받는 파리 몽마르트로 거주지를 옮겼다.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젊은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피카소, 마티스, 툴루즈-로트레크가 있었고 1909년에는 현대조각에 커다란 공헌을 한 콘스탄틴 브랑쿠시와 교류했다. 이때 모딜리아니만의 개성적인 인물조각을 30여점 남겼다. 비록 폐질환 때문에 돌가루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그만두었지만, 그의 조각은 어떤 조각가보다 현대적인 감각을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건강한 육체를 가졌다면 조각가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作  '누워있는 나부' 캔버스에 유채, 146×89cm, 1917, 개인소장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作 '누워있는 나부' 캔버스에 유채, 146×89cm, 1917, 개인소장

세상을 등지기 3년 전, 운명적으로 잔 에뷔테른을 만나 짧은 사랑에 빠졌다. 잔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작가지망생이었지만 모딜리아니를 만난 이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에게 헌신했다. 하지만 1910년대 파리의 미술시장에서 모딜리아니 작품은 인기가 없었다. 그가 그린 누드작품은 미풍양속에 위배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지나가던 경찰관에 의해 철거되고, 이 때문에 야심차게 열었던 전시회도 기간을 다 못 채우고 막을 내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예술을 둘러싼 황당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인가 보다.

어쨌든 생활고에 견디지 못한 그는 병이 심해져 잠시 니스에서 요양하면서 호전되기도 했지만, 결국 1920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운명적인 동반자였던 잔도 이튿날 몸을 던지고 말았는데 뱃속에는 모딜리아니의 8개월 된 아기가 있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부드럽고 쓸쓸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라고 어느 평론가의 글에서 고개를 끄떡인다.   

20세기 초 파리는 하루가 다르게 혁신적인 미술운동 혹은 사조가 등장했지만 그는 어느 유파에도 기웃거리지 않았다. 또, 자신의 작품에 어떤 메시지나 난해한 이론을 담아내려하지 않았다. 오롯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인간이 가지고 가장 아름답고 슬픈 감정을 초상화와 두상조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그의 열정적인 작업은 주위 작가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약한 체력과는 반대로, 예술의지는 넘쳐났다. 그의 작품에는 22점의 누드화가 있다고 하는데,  '17년에 그린 이 작품은 어떤 누드화보다도 에로틱하다.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솜털이나 땀구멍까지 그려낸 작품보다 사랑스럽다. 직설적으로 성적인 것을 표현한 작품보다 더 따뜻한 감정을 주는 것이 모딜리아니의 그림이다. 에로틱이라는 정서와 감정이 오로지 성적인 것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이 현대미술 작품 중에서 최고가 경매기록을 갖는 것은 경제적 가치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그림에는 우리가 잊었던 아름답고 따뜻한 감성이 들어있다. 우리 인간이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이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행복은 돈과 지위와 명예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고 느낄 때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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