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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울산시장을 비롯한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시·군·구에서 각급단체장과 교육감, 광역 및 기초의회의원 등 모두 4,000여명에 가까운 지역일꾼들을 뽑게 된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가진데다 대부분 지역에서 초반 판세가 여당인 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구도가 형성돼 있어 그 결과가 더욱 궁금해지고 있다. 지방선거이긴 하지만 향후 여야의 정국 주도권을 가르게 될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야가 지역적 이슈와 함께 남북문제와 드루킹 사건 등을 표로 연결시키기 위한 중앙당 차원의 프레임 전쟁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같은 흐름에서 민주당은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세우고 '판문점선언'을 호재로 삼아 상승국면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초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견제론을 부각하며 드루킹 사건을 여권의 새로운 적폐로 규정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은 '반성과 쇄신'을 중심에 놓고 스스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각오로 선거전에 맞서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득표기반이 잠식된 상황이지만 특히 중도층과 부동층의 표심 향배가 관심거리다. 여야의 선거전략을 떠나 유권자로서는 표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자기지역의 살림살이에 대한 관심과 감시에 소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가 바로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라는 사실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리더를 뽑는 선거다. 그래서 누구보다 지역에 애착을 가지고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여기서 전제해야 할 점이 바로 지역의 현안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후보를 살피는 일이다.
울산의 현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울산이 산업수도를 지향점으로 개발과 성장에 몰두한 이래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끌어 온 주역이 됐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일이 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도성장의 그늘에 눌린 교육과 문화, 도시의 정체성은 언제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울산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도시의 미래를 위한 가치관과 철학이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울산 중구가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문화로 옷을 입힌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인근 김해가 미술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부산시가 시민들의 여론을 모아 시민공원에 시립도서관을 재건립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한도시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울산의 경우 최근 문을 연 울산시립도서관을 두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전국최대 규모의 도서관이자 첨단시설과 빼어난 디자인이 자랑거리라고들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서관의 위치와 환경은 아무리 포장해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도서관은 바로 그 도시의 인문정보의 보고이자 상상력의 인큐베이터다. 도서관은 지구의 한쪽 끝 작은 공간에 있지만 우주와 교감하는 곳이다. 도서관은 도시의 품격을 더하는 장식품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과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아주 오래전 인류가 문명을 일으키고 문화를 빗질하던 시기부터 행복을 만드는 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제일 먼저 찾는 곳은 그 도시의 박물관과 대학, 도서관 등이 우선순위가 된다. 물론 유명한 관광지도 빠지지 않고 들리게 되지만 제대로 갖춰진 박물관이나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라면 그 도시의 이미지를 연상할 때 박물관과 도서관을 제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지금 울산의 미래는 어떤가. 도서관의 위치가 왜 울산의 공해경계선에 정해졌고 오물을 처리하던 곳으로 정해졌는지 시민들은 여전히 궁금해 하고 있다.

비단 도서관을 거론하는 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그만큼 지역의 문제에서 지역의 일꾼으로 출마한 이들의 가치관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번 선거는 특히 그렇다. 리더의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지금까지의 예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유권자의 의식이다. 자신을 알리려는 후보자들의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운동 만큼이나 후보들의 면면을 세심히 살피고 지지대상을 찾는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의식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선거와 투표는 민주주의의 축제이고 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깨어있는 유권자 의식을 전제로 한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은 앞으로 4년동안 지역의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을 방치하는 결과다. 자칫 잘못하면 두고두고 부담이 될 후보를 지역의 일꾼으로 두고 보아야 할 부담이 될 수 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시간 나는대로 후보들의 면면을 찬찬히 살펴놓고 투표소를 찾는 성숙한 유권자의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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