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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일 앞으로 당겨진 6·13 울산 동구청장 선거의 최대 변수는 '노동자 표심의 향방'이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는 북구와 함께 전통적으로 노동계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다. 그만큼 진보 강세 지역이지만, 보수진영도 밀리지 않는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구의 민심이 이처럼 어느 진영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맞추다보니 동구의 역대 지방선거와 총선에선 노동계를 대표하는 진보 주자와 보수 후보가 호각을 이루는 승부를 펼쳐왔다.
지난 20여 년간 재·보궐 선거를 포함해 모두 일곱 번의 동구청장 선거에선 진보진영이 다섯 번을 승리하며 일반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정몽준 전 의원에서 안효대 전 의원으로 이어지는 32년간 동구에서 난공불락의 아성을 쌓았고, 현재 구청장과 시의원은 자유한국당이 석권하고 있다.

역대 노동계 진보·보수 후보 호각
장미대선 후 민주, 신흥 강자로 부상
바른미래 최종후보 확정 4파전 구도
지역 정서 고려 민주-한국-민중 혼전

# 보수쏠림 속 민주, 파괴력 장착 주목
물론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진보 단일후보로 나선 김종훈 의원이 한국당의 안 전 의원을 여유 있게 누르고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동구의 정치지형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는다. 이는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 표심의 영향력을 재확인해 준 결과였다.
동구의 민심이 이처럼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장미대선을 통해 동구에선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결실을 거둔다. 18대 대선 때만해도 보수 쏠림이 뚜렷했으나 불과 4년 만에 지지층 역전현상이 나타나면서 동구의 새로운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동구에서 나타난 이 같은 바닥 정서의 변화는 6·13 지방선거의 대결구도도 바꿔놓았다.
종전 보수와 진보의 양강 구도 속에 존재감이 없었던 민주당이 당선권을 넘보는 파괴력을 장착하고 등장하면서 이번 동구청장 선거는 전에 없던 3강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동구청장 선거 주자로 정천석 전 동구청장을 출전시켰고, 현직을 보유한 자유한국당은 권명호 동구청장을 중심으로 본선 채비를 끝낸 상태다.
진보진영에선 단일후보로 민중당 이재현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을 내세워 동구 탈환을 노리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던 송인국 전 울산시의원을 영입하면서 기존 예비후보인 손삼호 동구지역위원장과의 경합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 조선업 침체·일자리 문제 등 쟁점
동구청장 선거는 단순 후보구도는 4파전이지만, 동구 정서의 특수성과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민주당과 한국당, 민중당이 물고 물리는 혼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정천석 후보의 경우 지금까지 동구청장 선거에 네 번 출마해 두 번이나 당선되면서 득표력은 검증된 상태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무소속을 넘나드는 정치 이력으로 인해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 흠결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한국당의 권명호 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고, 재임 기간의 성과는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조선업 불황에 따른 지역경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민중당 이재현 후보는 진보 단일후보라는 선명성으로 인해 노동자 표심 확보에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지만, 시의원 외에 뚜렷한 정치적 경력이 없다는 점이 본선 경쟁력에선 약점으로 꼽힌다.
바른미래당의 두 예비후보 중 누가 본선에 오르더라도 개인기를 통해 당 지지도를 뛰어넘는 득표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들 각 후보 간 경쟁력과 함께 동구청장 선거는 현대중공업발(發) 지역경제 위기로 민생에 허덕이고 있는 성난 동구의 민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것으로 점쳐진다.
때문에 동구청장 선거의 이슈는 지역 최대 현안인 조선업 침체와 일자리 문제, 인구 유출 문제, 해양관광산업 육성, 울산대교·염포산터널 통행료 문제, 조선해양 미래산업연구원 유치, 노사관계 안전 등이 꼽힌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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