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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

이름만으로도 좋아 설렘 가득 안고 이곳에 온지 3년차. 두서없이 아무에게나 말을 걸었고 인사를 건넸고 동네를 내 집처럼 돌아 다녔다. 돌아다니다 만난 어르신은 내 어머니, 아버지처럼 무작정 반갑고 좋았다. 

번화한 박물관 쪽 보다는 많이 외진 새미골 뒤 쪽으로 오늘도 발길이 간다. 뒤로 돌아 연안다방을 보고 신위당과 윤수일 생가 방향으로 갔다가 천지먼당 입구를 돌아 창작스튜디오로 가는 발걸음은 새신을 신은 듯 활기차다. 

오늘은 이 댁에 사시는 분을 볼 수 있을까? 뵙고 싶지만 못 뵈도 상관이 없다고 긍정의 기운으로 솜사탕을 만들면서 골목길을 둘러본다. 어느 봄날 파란하늘과 하늘에 그려놓은 꽃이 너무나 예뻐서 언덕에 있는 큰 꽃나무를 찾아 걸었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가니 어르신이 밭에 물을 주고 채소를 가꾸고 계신다. 

낯익은 할아버지. 반갑게 인사하고 할아버지랑 꽃 얘기. 왕벚이라고 하신다. 왕벚꽃은 조용히 화려하다. 꽃조차 장생포를 닮았구나. 그리고 심어놓은 파 얘기, 둑에 있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매실나무 얘기 등을 하며 한참을 꽃그늘에 있었다. 내일 또 꽃 보러 오라고 하셔서 그러겠다 약속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마을에 들어와서 이곳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부터는 간혹 보이다가 안보이시면 무슨 일은 없는지 궁금하다. 또 만나면 반가움에 손을 맞잡고 웃음으로 답한다. 길에서 만난 어르신들께 어디 가시냐고 인사하면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이 있다. "병원 간다"고 하신다. 

병원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곳은 병원이 없다. 그런데 새미골이 있다. 새미골은 사람이 중심인 병원과 체육센터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진짜 병원과 체육센터가 들어서고 전문성으로 세분화 될 때까지 우리는 대화로 진료를 하고 프로그램과 활동으로 치유되는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여 어르신들과 함께 호흡하고 매일 안부를 묻고 사는 얘기를 하고 작은 것도 나누는 이웃이 되고자 한다.  

장생포 마을은 주민들이 주인공이고 삶이 대본이다. 한 분 한 분 소중하지 않은 삶이 없고 가치의 무게 또한 저울질이 불가능 한데 그분들의 생애사가 그러하다. 삶을 이야기 하고 맘속의 응어리들을 털어 놓을 수 있었으면 하고 시작한 스토리텔링 스토리북 작업이다. 켜켜이 쌓인 주름 속 흔적들이 색깔이 연하게 되어서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고 이야기 속에 드러나는 개인의 삶은 장생포의 한 부분이 된다. 

'천지먼당을 품은 마을, 장생포'는 이런 의도로 시작했고 잔잔한 생애사를 소박하지만 값지게 펼쳐 놓았다. 스토리북을 발간하면서 우리의 미래가 장생포 앞바다 물결 같고 하회탈의 눈웃음 모양 같은 표정으로 오늘도 내일도 모두가 건강한 마을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문화특화마을 조성 실현을 위해서 애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주민여러분들과 그리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생포에 생활문화예술이 자리를 잡게 된다면 장생포를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웃음으로 맞이하고 혹시라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지 관심어린 눈길로 먼저 다가가 장생포의 명소들을 안내해서 주민이 주인이 되는 환경이 조성이 되어 관광 콘텐츠가 '사람'이 되는 장생포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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