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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악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악취 민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울산 전역에서 유독성 대기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이산화황 SO쐝) 농도가 1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울산의 경우 지난 2015년 185건이던 악취 민원 건수는 다음해인 2016년 739건으로 급증하더니 이후 2017년에도 637건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동안만 해도 각 구·군에서 총 65건의 악취 민원이 접수됐다.

악취 신고가 집중된 지난 15일에는 주요 악취 유발 요인으로 지목되는 유독성 대기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이산화황 SO쐝) 농도가 1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보건환경연구원이 제공한 실시간 이산화황 측정치에 따르면 당시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남구 부곡동 대기측정망의 이산화황 농도는 이날 오전 울산지역 평균인 0.006ppm을 11배 웃도는 0.067ppm에 달했다. 부곡동 뿐 아니라 삼산에도 이날 오후 6시 0.055ppm로 10여배, 신정동도 오후 5시 0.019ppm로 3~4배, 야음동도 0.042ppm으로 평소보다 6~7배가량 높은 측정치를 보였다. 이 바람은 북구 농소동까지 흘러 들어가 오후 8시 이 지역은 평소보다 6배 가량 높은 0.019ppm으로 측정됐다. 동구 대송동 역시 이날 오후 10시 평소보다 높은 0.032ppm이 측정됐다.

최근 들어 남구 일대에서는 "전선 타는 냄새가 난다" "매케한 가스 냄새가 난다"는 악취 민원과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이날 무더운 날씨 탓에 공단에서 시가지로 남동풍이 불자 악취 뿐 아니라 유해물질도 함께 섞여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연구과의 유봉관 연구원은 "더운 날씨로 동절기 바다로 빠져 나가던 공단의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이 남동풍을 타고 도심지로 유입돼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대기오염 물질이나 악취 역시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시민들이 체감하는 악취공해는 심해지고 있지만 시가 매년 추진해온 악취저감 종합대책은 악취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시는 악취방지법이 제정된 2005년부터 매년 수억원을 들여 악취저감 종합대책을 운영하면서 악취발생원인 기업체를 점검·단속하고, 환경순찰, 민원 발생시 악취발생원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울산의 대기공해가 또다시 전국적인 뉴스에 오르는 일이 있었다. 공해도시의 멍에를 벗어던진 생태도시 울산을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발암물질 최다배출도시라니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사실은 벤젠배출 사업장에 대한 단속결과 밝혀졌다.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벤젠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관리는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다 울산 산단지역 암 발생률이 전국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온 상황이다.
울산시가 지난해 8월 7일부터 9월 8일까지 1개월간 국가산업단지 내 벤젠 배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환경관리 실태점검'에서 9곳이 환경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가 진행된 16곳은 유해화학물질인 벤젠을 생산하거나 이를 함유하는 원료를 다량 사용하는 석유정제처리 및 석유화학물질 제조 사업장이다. 특히 2015년 기준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PRTR)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16개 사업장이 배출하는 벤젠이 연간 약 4만566kg으로 전국 배출량의 32.99%를 차지하고 있다. S사 등 3개 사업장이 내부 밀폐형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별도 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휘발성이 강한 벤젠·나프타·휘발유 등의 원료와 제품을 저장·사용하면서 고농도의 벤젠을 대기 중으로 배출했다.

문제는 벤젠의 경우 높은 암 발생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가 산단 지역 주민 환경오염 노출 및 건강영향 감시사업 종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 산단 주변 주민들 사이의 암 발생률이 인근 대조지역(산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보다 높았다. 보고서에서 1999~2013년 사이 전국 산단별 모든 암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울산 산단 지역은 남자의 경우 10만명당 연간 876명(95% 신뢰수준, 842~911명)으로 대조지역 622명(595~650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여자도 10만명당 606명(585~627명)으로 대조지역 426명(409~444명)의 1.4배 수준이었다. 울산지역 전체의 암 발생률을 전국 평균과 비교했을 때도 남자는 비율이 1.66, 여자는 1.33으로 1보다 높았다. 다른 지역보다 암 발생률이 남자는 66%, 여자는 33% 높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대기오염·발암물질 안전관리지원센터 건립을 통한 모니터링 강화를 제시했고, 관련 전문가들도 산단 주변 지역 전체의 오염물질에 대한 총량적인 규제, 주민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성을 통한 오염물질 저감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이번에는 반드시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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