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거가 코앞이다. 지방선거를 10여일 앞두고 울산도 시장부터 기초의회까지 대진표가 완성됐다. 지역의 리더를 뽑는 이번 선거는 지방분권과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전환기라는 점에서 어느때보다 비중이 큰 선거로 인식되고 있다. 제대로 살펴보고 엄정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누누히 이야기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역시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무관심이 일상화 됐다.

왜 선거가 중요한지, 왜 후보자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지 유권자들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라, 천만에 말씀. 여론조사를 하면 70% 이상이 이번 선거에 꼭 투표하겠다는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반박할지도 모르지만 여론조사는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 행사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은 투표장에 반드시 나갈 것이고 유권자의 권리를 정확하게 행사 할 것이라고 여론조사에 답한다. 그러다보니 역대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가 실제 투표보자 사전 여론조사 투표참여율이 엄청난 괴리를 보여왔다.

이번 선거는 그런 점에서 더욱 위험한 선거가 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이슈는 지방이 실종됐다. 연일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남북한 문제와 북미간 회담 소식이 모든 쟁점을 휩쓸어 버렸다. 하지만 지방선거의 본질은 지역에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우리 민족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도 중요하고 남북의 정상이 부둥켜 안고 미래를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 시급한 문제는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였던 울산이 유래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도시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다. 황성동 바닷가부터 대곡리 평원에 이르기까지 움막 짓고 고래 잡던 사람들이 이 도시의 첫 문화인이었다면 세계 최대의 배를 만들고 대륙을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이 지금 울산의 주역이다. 처음은 사람이 도시를 만들었지만 그 사람들의 축적된 문화는 이제 도시의 튼튼한 내공이 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들고 있다. 울산은 대한민국 7대 도시이자 대한민국 근대화의 주역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울산은 여전히 변방이고 정부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늘 후순위로 밀리는 부당대우를 받는 도시다.

단적으로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두고 변기통의 크기를 줄여 물을 절약하라고 국회에서 떠들어대도 찍소리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게 울산의 현주소다. 인재가 없고 인물이 없어 울산의 오늘이 이 정도의 평가절하를 당한다는 이야기는 공염불이다. 문제는 그동안 사람을 만드는 도시를 위해 울산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빙빙 돌리지 말고 정면으로 이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50년 후, 아니 100년 후쯤 울산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 밑그림에 울산을 하나씩 잘 잡아 나가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울산처럼 오래된 과거가 퇴적암처럼 켜켜이 쌓인 도시는 도시 자체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도시다. 더구나 팔도의 사람이 공존하고 다국적 시민이 함께하는 글로벌 도시라는 현재성은 무엇보다 도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데 아낌없는 투자가 더욱 필요하다는 숙제와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다. 산업도시에서 창조도시로 나아가 글로벌도시로 뻗어 가겠다는 웅지에 박수를 치지만 여기서 우리의 현재와 과거에 대한 천착을 빼놓을 수는 없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울산의 경우 지난 50여 년간 국가경제의 일꾼 역할만 강조해 왔다. 울산에 공장을 짓는 기업들은 마치 점령군처럼 '조국근대화'라는 완장으로 무장한 채 천혜의 해안을 개발의 삽질로 만신창이를 만들었다. 개발의 대가로 막대한 부를 창출한 기업은 '성장의 주역'이라는 이름으로 한층 더 개발의 속도를 냈고, 파고 부수고 허물어 공룡 같은 철제와 콘크리트의 성장 탑을 쌓았다. 어디 그 뿐인가. 울산의 산하를 짓밟고 황폐화한 주역들은 국가경제의 일등공신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까지 받았다. 성장의 공을 부인하자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성장과 함께 도시의 오래된 가치를 살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지만 성장이라는 코드에만 매몰됐다는 이야기다.

이제 지방이 제 목소리를 내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다. 풍요의 달콤함에 취해 꾸벅거리다 선거 때만 되면 하루살이 파닥거리듯 날아드는 선거꾼이 아니라 지역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이야기 하고 스스로 지역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이 선거판을 휘젖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 그 당당함이 하나씩 모여 시장부터 구의원까지 제대로된 일꾼이 선출될 때 울산은 또다시 새로운 도약의 함성을 울릴 수 있다.

그래서 감히 묻는다. 당신은 왜 시장 선거에 나왔는지, 구청장과 군수 선거에 나왔는지, 시의원과 구의원 선거에 나와 '날좀 보소'를 외치는지 집을 나서기 전 욕실 거울 속의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 보라고. 그리고 그 거울 속의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하는지 제대로 귀를 기울인 다음 대문을 나서고 있는가를 다름아닌 바로 자신에게 물어볼 것을 엄중하게 묻고 싶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