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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적인 위기상황에 몰린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모멘텀을 찾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또다시 파업에 나서는 등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국회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해 28일 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사측은 명백한 불법 파업인 만큼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5일 새벽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부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올해 월 최저임금으로 책정된 157만원을 기준으로 25%인 40만원 가량을 넘는 상여금과 7%인 10만원 가량을 초과하는 복리후생비가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 25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최저임금법 국회 환노위 날치기 처리 규탄, 국회 통과 저지, 울산노동자 총력투쟁 선언' 집회를 열었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 예고에 대해 "민주노총 총파업 지침에 따른 노조의 파업 결정은 근로조건과 무관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파업 절차를 거치지 않은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회사는 불법파업에 대해 민·형사상 고소·고발 등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의 위기는 여러가지 징후로 나타나고 있다. 실적 악화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에 이어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검토 소식 등 악재가 쏟아지고 있지만 돌파구는 없는 형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오는 7월 19일과 20일 공청회를 열어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다고 예고했다.

현대차는 지난 21일 그룹 지배 구조 개편안 철회로 신뢰성에 타격을 입은 이후 3일만에 터진 미국 관세 검토 소식에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올해 3월28일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이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주주에 불리해 보인다는 이유로 반대하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라스루이스 등도 엘리엇과 같은 입장을 내놓으며, 표대결을 장담하지 못한 현대차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수차례 해명자료를 내며 지배구조 개편의 당위성을 설명했고, 이례적으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개편안 통과에 자신감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편이 신뢰성과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줬다면,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수입차 관세 부과는 판매와 직결된다. 현대차의 입장에서는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비중이 큰 시장이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의 1분기 미주 지역 판매량은 27만3,000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다. 또 다른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는 판매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미국 시장에서만 맥을 못추는 모습이다.

미국발(發)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 업체가 취할 수 있는 답안지는 현지 생산 확충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렇게 될 경우 당연히 국내 생산량은 당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지만 현대차의 경우 생산라인 폐쇄 또는 증설·이전 등이 노사 협의 사안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가 한국 생산시설을 옮기겠다거나, 한국 생산을 줄이고 미국 생산을 늘리겠다고 할 경우 노조와의 마찰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무역확장법에 따라 들이민 25% 관세 부과를 그냥 받아들이게 되면 천문학적 손실을 피해갈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수출이 최악의 국면에 들어서면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한국지엠 군산공장 3개가 사라지는 수준의 고용 쇼크가 바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완성차 업계의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417억 달러이고, 미국 수출액은 147억 달러인데, 약 80만 대의 대미 수출이 사라진다는 최악의 가정을 하면 생산손실이 약 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조선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 경제가 자동차의 위기로 인해 한번 더 큰 파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가 실행되면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다만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에서 미국의 이같은 방침을 받아들일 리가 없는 만큼, 현실화 될 지는 지켜봐야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마당에도 민노총 지침이라며 파업을 일삼는 노조는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참으로 딱한 상황이다. 위기에 대한 인식이 사측에게만 있다면 위기 돌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내다보는 시선이 한방향을 향할 때 위기 극복의 희망이 보인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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