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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의 이슈로 공공병원 건립이 부상했다. 울산시민들의 가장 큰 민원 중의 하나인 의료부문의 낙후성이 도마에 오른 셈이다. 울산이 광역시 승격 20년을 넘긴 도시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도시 인프라와 관련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불만 사항은 역시 의료와 교육분야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울산 의료기관의 낙후성은 시민불만을 넘어 울산의 미래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해도시가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도시로 변모하는 놀라운 발전 뒤에 의료의 낙후성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의료분야의 낙후성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 울산의 장애물이 된다는 점이다. 그 하나의 예가 의료자원이다. 울산지역 의사 등 의료자원이 여전히 전국 꼴찌 수준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전국 16개 도시 의료자원현황에 따르면 울산의 올해 인구 1만 명 대비 의사수는 12.7명으로 16개 도시 중 경북(11.9명) 다음으로 적었고 7개 특별·광역시 중에서는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이 24.2명으로 가장 많은 의사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국 인구 1만 명 대비 의사수는 16.8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울산의 경우 선거 때마다 국립병원이나 상급병원 공공병원 건립이 주요 공약이 됐지만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공공병원설립을 추진하는 전국의 시민단체연대모임이 지난주 지방에 공공병원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수도권으로 의료기관이 몰리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이라며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의료공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방 공공의료기관 설립에 앞장 서달라고 요청했다.

연대모임은 특히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없는 울산, 대전, 광주에 즉각 공공병원을 세우고, 광역 시도별로 장애아동을 위한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도한 경쟁으로 도태한 부실 민간병원을 지방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인수해 아동과 산모, 청년과 장년, 노인과 취약계층 등 모든 세대와 계층에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했다.

이미 알다시피 정부가 울산에 짓기로 한 산재모병원은 백지화됐다. '혁신형 공공병원' 건립이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사업비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재모병원은 전국 10개 산재병원의 컨트롤타워(어머니) 역할을 하는 병원이다.

산업재해에 특화된 의료시스템을 갖춰 중증외상환자 치료와 회복에 전념한다. 산재모병원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울산지역 대표 공약이었다. 울산지역 노동계가 2003년부터 요구해온 건의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 1월 산재모병원 울산 건립계획안을 발표했다.

사업비 4268억 원을 들여 울산 울주군 언양읍 울산과학기술원(UNIST) 캠퍼스 남쪽 12만8200m²에 2020년까지 500병상 규모로 건립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조사가 발목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로부터 타당성조사를 의뢰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비용 대비 편익(B/C)이 낮게 나온다며 산재모병원의 사업 규모 축소를 고용부와 울산시에 주문했다.

당초 정부 계획에서 세 차례나 사업 규모가 변경돼 2016년 1월에는 사업비 1715억 원에 200병상으로 줄였다. KDI는 이마저도 난색을 표했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B/C가 최소 0.8∼1.0 이상이어야 추진이 가능하지만 울산 산재모병원은 최종적으로 0.73이었다고 밝혔다. 또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항목도 낮은 점수를 받아 종합평가(AHP)도 0.304로 기준점인 0.5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KDI로부터 이런 사실을 통보받은 기재부는 최근 울산시에 '산재모병원 백지화'를 공식 통보했다.

기재부는 대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혁신형 공공병원 울산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방침을 통보받은 울산시는 혁신형 공공병원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시가 검토하는 혁신형 공공병원은 연구기능을 갖춘 500병상에 총 사업비 2500억 원 규모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사업비 439억 원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조만간 5개 구군을 상대로 혁신형 공공병원 건립 부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여야는 이런 방침에 대해 '전액 국비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으로 '일산형 모델'(24개 진료소를 갖춘 746병상의 경기 일산병원)에 전액 국비가 지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갑윤 울산시당위원장은 “국립병원이라는 차원에서 100% 정부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원과 방법이다. 선거용 공약으로 끝난 과거의 전례가 그렇듯 막대한 자금과 까다로운 절차는 해소되지 않았는데 약속만 남발하는 형국이다. 이번에는 울산의 의료문제가 제대로 다뤄져 반듯한 공공병원이 건립되어야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울산 홀대가 이번 정부에서도 이어진다면 울산시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선거용이 아닌 시민용 병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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