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유화 근로시간 단축 앞두고 혼란 가중
조선·유화 근로시간 단축 앞두고 혼란 가중
  • 하주화
  • 승인 2018.06.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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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시운전·정제 설비 보수 등
기한 맞추려면 연장근무 불가피
인력 증원·비용 부담 이중고에도
별다른 해법 없어 대책 마련 고심

다음달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조선·석유화학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선박 시운전이나 석유화학의 공정별 정기보수 등 연장근무가 불가피한 생산현장이 상당수이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지역업계에 따르면 조선, 석유화학 등 지역 주력 사업장들이 오는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법적 근로시간이 단축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선의 경우 공기를 맞춰내야하는 업종의 특성상 사실상 때에 따라 근로시간 초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상 시운전은 해상에서 수행되는 작업 특성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현장으로 꼽히고 있다. 

해상 시운전은 건조된 선박을 선주(船主)에게 인도하기 전에 계약서에 따라 각종 성능과 기능을 검증하는 것으로 선박 건조과정의 최종 단계다. 건조된 선박이 운항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비와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통합, 운영돼 전문지식을 보유한 고기량 근로자들이 시운전 기간 동안 계약사양을 시험하고 검증하고 있다. 시운전은 안벽 시운전과 해상 시운전으로 구분되는데 안벽 시운전은 6~8개월이 소요된다. 

해상 시운전은 계약서에 지정된 해역으로 건조된 선박을 이동시켜 상선은 최대 약 3주 동안 해상에서 실제 운항조건으로 검사를 수행한다. 군함, 잠수함 등 특수선은 6개월에서 1년, 해양플랜트는 수개월 이상 소요된다.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따르기 위해서는 중간에 근로자 교체를 교체해야하는데 장기간 해상(군부대 또는 도서지역)에서 시운전을 해야하는 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승선시키는 근로자를 증원하게 되면 안전 해난사고, 거주구역 협소문제 등 위험요소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근로자 숙련에도 최소 4년 이상이 소요돼 승선인력 증원을 위한 인력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게다가 기상악화 시에는 근로자 안전과 선박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을 중단하기 때문에 피항, 비상대기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때 선주와 약속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법정근로시간 외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산업별, 직종별 특수성을 법 제도에 반영하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실질적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석유화학업계는 2∼3년마다 실시하는 '대정비 공사'가 근로시간 준수의 최대 걸림돌이다. 대정비 공사는 원유 정제 설비 가동을 멈추고 보수하는 작업이다. 대개 1∼2개월이 소요되는데 공사 기간이 짧을수록 손실이 줄어들어 이 기간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게 관례였다. 업계는 근무가 단축되면 공사기간이 길어져 손실이 불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기보수는 크게 정유공정, 석유화학공정, 윤활기유제로 등 3개 공정별로 2년~3년에 1회씩 실시되고 이때 12시간씩 맞교대를 실시해 1개월~3개월 안에 정비를 끝낸다"며 "근로시간단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정기보수에 투입되는 인원을 증원해야하는데 이들은 셧다운기간이 아니면 장기간 유휴인력이 되기 때문에 불합리하게 인건비 부담만 커지게 되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형 플랜트 사업장뿐 아니라 지역의 중소 하도급업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중·소 하도급업계는 "종래의 작업량과 기한을 맞추기 위해 구인난, 인건비 부담 가중, 인력운용 부담 등이 예상돼 현재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비춰 '비용 추가 부담'과 '인력 확충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책은 근로시간 유연화가 주로 지목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인 전국 기업 112곳을 상대로 제도 시행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한국 노동시장에 연착륙시키기 위한 제도 보완방안(복수응답)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57.1%, 64곳)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하려면 노사가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매진해야 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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