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자 vs 대한민국 납치자
일본인 납치자 vs 대한민국 납치자
  • 울산신문
  • 승인 2018.06.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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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6월 12일 싱가포르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내일 열린다. 하지만 현재 북핵문제에 대해 생각하면, 몇 개월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아니, 하나도 없다. 북한이 핵을 '일방적으로, 검증 가능할 정도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김정은은 핵보유국 입장에서 '이제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선대의 유훈인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다. 따라서 한미동맹, 핵우산, 그리고 주한미군은 없어져야 한다. 그 뒤에 우리가 핵을 포기할지 말지는 생각해보자'는 기존 입장을 견지할 뿐만 아니라, 더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한국인, 많은 세계 사람, 문재인 정부, 그리고 드디어 트럼프 대통령까지도 '북한이 진정성 있게 핵을 포기한다. 이번엔 다르다'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김정은을 '미치광이, 전쟁광, 리틀로켓맨' 등으로 부르다가 올해 들어서는 '아주 괜찮은 사람, 스마트한 사람, 명예를 아는 사람', 이런 식으로 최상급의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이번 회담이 이루어지는 것은 김정은이 무릎을 꿇고 빌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고 얘기를 하니, 오히려 더 신뢰가 안가는 상황이다.

다른 문제이지만 북한이 납치한 대한민국 사람들과 일본인에 대해 생각해보자. 일본 아베 수상이 한 달 반 만에 또다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 회담을 가졌다. '핵미사일, 일본인 납치 문제에 있어 절대 김정은에게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방문 목적이 있는 듯하다. 특히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지고 해결해달라는 압박을 다양하게 표출하고 있다.

지난 7일 두 정상간 회담 직후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의 반은 납치자 문제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특히 아베 수상이 질문권을 일본 기자들에게 주자, 기자들은 집요하게 납치자 문제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일본 납치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고 답했으나, 그 뉘앙스는 '기꺼이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것보다는 '아베 수상이 계속적으로 찾아와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하니 마지못해 나서보겠다'는 쪽에 더 가까운 인상을 풍겼다. 아베 수상의 집념이 돋보인 회담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ICBM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도 반드시 폐기되어야 하며,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진 이후라야만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트럼프 또한 그 원칙에는 동의한다고 했으나, 회담이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는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며칠 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현재 확실한 비핵화 의사를 북한으로부터 확인받았느냐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고 있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회담의 전제로 한다'는 원칙은 사라졌다. 대신 트럼프는 종전(終戰)선언과 'Peace Deal'이라는 용어를 연거푸 사용하며, 회담과정이 성공적일 경우 '韓,中,日이 북한을 돕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싱가포르 회담을 위한 미북 간 물밑접촉이 비핵화 논의보다는 북한을 물질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듯 보였다.

이 기자회견을 두고 CNN 뉴스는 여러 전문가들을 불러 논평을 했는데, 그 중 미 국무성에서 일했던 한 전문가는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논의가 끝난 사안으로 본다. 이미 2002년 김정일이 고이즈미 수상을 만났을 때 사과하고 생존자를 돌려주었다. 따라서 일본이 아무리 문제제기를 해도 북한은 응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그런데 아베 수상이 많아봤자 수백 명 정도인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트럼프에게 계속 매달리는 집념을 보인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는 매우 감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일본 니가타에서 납치된 '소녀 메구미'(납치 당시 14세, 현재는 50세 넘었음)를 언급하며, '그의 어머니가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매우 감상적인 멘트로 미국 여론에 직접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억류한 6만여 명의 국군포로, 약 천 명에 육박할 戰後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도 못하고 있는가? 김정은을 그렇게 여러 번 만났으면 한번 이야기라도 꺼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정부는 북한으로 가고 싶어하는 長期囚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그 중에는 일본인을 납치하기까지 했던 '신광수'라는 범죄자도 포함돼 김대중 대통령 시절 북한으로 돌려보내졌다. 반면 우리는 북한이 납치한 대한민국 사람 단 한 사람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에게서 좀 느끼고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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