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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김한길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23명이 6일 집단탈당을 결행하자 집권세력들의 '책임 떠넘기기'가 점입가경이다. 멀쩡한 당을 쪼개고 뛰쳐나와 창당을 했던 당사자들이 지금은 "분열로는 희망이 없다"고 하는가 하면 "욕을 먹더라도 더는 못 있겠다"는 등 위치에 따라 너무도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뿌리가 민주당이었다. 집권이후 민주당으로는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할 수 없다며, 새 살림을 차린 열린우리당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을 배출했던 민주당은 풍비박산이 돼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할 만큼 형편없이 추락했다. 그런데 이날 집단탈당 소식을 전해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할 때는 60년대 말부터 국민들에게 강한 명분이 각인된데다, 지역에서 강력한 열망이 있어 당을 가르고도 또는 탈당해서도 각기 대통령이 됐으나 그 이후로는 당을 쪼개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 무슨 말인가. 그럼 대통령을 배출하고 나서 당을 쪼개는 것은 괜찮고, 선거 이전의 분열은 안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노 대통령은 또 "당이 순리로 정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내 후보도 뜨고, 당의 인사도 들어오려고 한다"며 "정치원칙을 지키면 금방 뜬다"고도 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열린우리당의 행보가 언제 이런 모습을 보였는가. 당을 깨는 것도 모자라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여기다 김근태 의장도 떠나는 사람들을 향해 "정치 도의와 대의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탈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회견까지 갖고 열린우리당 탈당과 '국민통합신당' 창당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선도 탈당한 의원 6명을 합하면 통합신당 논의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여당을 떠난 의원은 모두 29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회 의석분포는 재적의원 296석 가운데 한나라당 127석, 열린우리당 110석, 민주당 11석, 민노당 9석, 국민중심당 5석, 무소속 34석 등 다당제 구도로 재편됐다. 이들은 '참회와 새로운 출발'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열린우리당 중심의 통합신당 창당은 큰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고 본다"며 "우리는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기득권을 선도적으로 포기함으로써 '국민통합신당'의 밀알이 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참회와 반성의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과연 해괴한 말장난에 익숙한 사람들의 뒤집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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