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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많던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경사가 났다. 딱 1년 전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가 첫돌을 맞게 됐다. 울산 남구도시관리공단은 새끼 돌고래 '고장수'가 13일 첫돌을 맞이한다고 밝혔다. 고장수는 지난해 6월 13일 고래생태체험관의 전시용 돌고래인 장꽃분(추정 나이 19세·큰돌고래)에게서 태어났다. 아버지 돌고래인 '고아롱'에게서 성(姓)을 따고,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의 '장수'를 붙여 고장수라는 이름이 지었다.

태어났을 때 몸길이 110∼120㎝, 몸무게 20㎏ 정도였지만, 1년이 지난 현재 220㎝, 130㎏까지 성장했다. 큰돌고래는 약 10년 동안 몸길이 3∼4m까지 성장한다. 생후 206일부터 물고기를 먹기 시작한 고장수는 현재 어미의 젖과 매일 3㎏의 열빙어·고등어를 함께 먹고 있다. 고장수와 어미 돌고래는 전시용 수족관에 있는 다른 돌고래 3마리와 떨어져 관람객 출입이 제한된 보조풀장에서 줄곧 지내고 있다.

다행히 돌고래 고장수는 1년을 무사히 지내고 첫돌을 맞았지만 그 과정은 실로 험난했다. 지금도 6·13 지방선거에서 돌고래의 사육에 대해 시장 후보들은 바다에 방류하거나 재검토를 약속하고 있고 자유한국당 후보들 만이 수족관 돌고래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동안 고장수를 둘러싼 논쟁의 과정을 돌아보자. 고장수가 태어나던 시기에 울산은 고래 사육 문제로 전국의 이슈가 됐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을 필두로 동물보호단체, 녹색당 울산시당까지 전국의 동물보호 인사들이 울산에 모였다. 이들이 울산에 모인 것은 돌고래 수입을 공식화 한 남구청을 규탄하기 위해였다. 당시 이들의 규탄 성명의 요지는 이랬다.

<울산 남구청은 그동안 소리 소문 없이 내부적으로만 진행하던 동물쇼용 돌고래 수입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반입 돌고래의 폐사에 대해서는 '사육환경 개선'이란 명목으로 덮고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남구청장과 고래 쇼 관광프로그램 및 고래생태체험관은 그동안 총 8마리 중에서 5마리가 폐사되도록 하는데 주연과 조연, 무대역할을 했다. 남구청의 비윤리적인 돌고래수입 정책은 수입이 죽음으로 종결되는 수족관 고래쇼 정책을 지속시켜, 폐사하는 돌고래의 수를 점점 늘리고 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기에 울산 남구청은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새끼 돌고래 고장수를 공개했다. 그리고 100일 되는 날 아버지인 '고아롱'의 성을 따고,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아 고장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새끼고래 한 마리가 첫돌을 맞은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싶겠지만 수족관 상태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의 생존율이 극히 낮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고장수의 첫돌은 수족관 돌고래의 생태환경을 최적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 사육사들과 행정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동물 학대라는 이름으로 비난하기는 쉬워도 그 이면에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곤란하다. 선악의 기준이나 옳고 그름의 이중적 잣대로 바라보기엔 아기 돌고래의 심장소리가 너무나 크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울산에서 돌고래에 의미를 두려는 것은 울산과 고래의 인연 때문이다.

울산과 고래는 오래된 공동체다. 태화강이 생태복원의 교과서가 되고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달라지면서 울산은 동해로 나가는 한반도의 기상이 옹골차게 서린 오래된 역사성의 도시라는 명성을 되찾아 가는 상황이다. 그 오래된 역사를 복원하는 노력은 바로 울산시민들의 몫이었고 그 노력의 결과가 울산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시대적, 아니 역사적 소명이 됐다.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울산의 역사와 문화 유전인자는 바다다. 산과 강, 온 산하에 서린 역사와 문화의 흔적은 울산의 보물창고와 같은 것이지만 그 기운이 고스란히 내려앉아 질퍽하게 펼쳐진 동해는 이 땅에 퍼질러 앉아 대대손손 삶을 가꾼 선조들의 꿈이었다. 산자락 휘감아 등짐에 지고 태화강 백리 길을 굽이돌아 달려간 바람이 망망한 동해 앞에 숨이 멎는 순간을 대면하지 않은 사람들은 바다를 모른다. 바로 그 바다의 심장이 고래다.

반구대암각화에 가죽배가 새겨져 있고 그 배를 타고 7,000년 전 사람들이 고래사냥으로 삶을 이어온 증좌가 있지만 정작 울산에는 이제 고래가 없다. 배를 타고 동해로 나가면 가끔 만날 수 있는 고래와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동물 학대의 상징이 된 채 불편하게 만나는 고래가 있을 뿐이다. 고래도시 울산에 생태체험관을 만들고 고래마을과 고래박물관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일부의 주장처럼 상업적 이윤을 쫓는 행태라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학대의 상징이라면 당장 부숴버리는 게 맞다. 문제는 불편한 문제를 애써 끌어안고 짊어지고 가는 이유다. 바로 울산이 인류 최초의 고래사냥터였고, 그 문화가 제의와 발원, 회화와 문자의 기원으로 우뚝 서 세계인의 자랑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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