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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나라 안팎으로 시끌시끌하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6·12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했고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가 끝났다. 세기의 회담을 취재하기위해 전세계 기자들 3,000여명이 싱가포르로 몰려들며 그야말로 세계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해있는 이 시점에 나는 우리 동네 대표를 누굴 뽑아야 할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이 갑자기 웃긴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거리가 온통 선거운동으로 물들어있으니 흡사 6월의 그 어떤 축제보다도 돋보이는 6·13 선거축제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후보자도 선거원도 너무 많으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번개맨이 악당을 물리치려 번개파워를 쏘아대듯 유세차는 지나갈 때마다 나에게 온힘을 다해 그 큰소리로 유세파워를 쏘아대면 순간 정말로 심장이 아파오는 것만 같아 인상을 찌푸리다가 운전사와 눈이 마주치자 저분은 괜찮으신가? 하는 걱정이 든다. 그야말로 살벌한 축제다. 정치, 고성, 배반, 약자와 강자…. 연상되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왠지 슬프다. 피켓을 들고 90도로 인사하며 손을 흔들고 춤을 추고 내가 느끼는 것들과는 상관없이 모두가 열심이다.

안 그래도 막히는 퇴근길 로터리에서 서로 엉켜있는 유세차와 선거원들을 보며 그 혼란 속에서 혼자 멍해지며 떠오르는 비장한 멜로디. 슈베르트 <Franz Schubert 1797-1828>의 그 노래가 생각난다.
피아노트리오 2번 2악장! 전도연 주연의 '해피엔드' 영화는 그 당시 파격적인 영화였던 만큼 그 영화에 삽입 되었던 슈베르트의 노래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 노래를 들으면 그 영화가 그리고 배반이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슈베르트는 생전에 크게 인정받지 못하였지만 이 작품은 성공적으로 연주되며 출판되어지고 대중에게 사랑받은 슈베르트 생전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배신이라 하면 연인, 친구, 가족 믿었던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믿고 샀던 물건, 소개된 맛집 등 사소한 것들까지 거창하게 들려 그렇지 늘 상 일어나는 일들이다.

아버지와 법정다툼까지 가며 결혼한 세기의 러브스토리를 가진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와 슈만을 봐도 그렇다. 스승의 딸과 결혼한 슈만은 결국 그를 아꼈던 스승을 배신했고 클라라는 오로지 딸뿐이었던 아빠를 배신하며 결혼 했지만 둘은 어찌되었나? 슈만은 클라라와 어린 딸들을 져버리고 자살시도 끝에 결국 클라라를 외롭게 내버려두고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했고 슈만이 세상에 소개시켰던 브람스는 자신에게 큰 힘이 되어준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았다. 속고 속이고 끝없는 배신 속에 저들은 불행하기만 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테지…. 들여다보면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를 품고 있을 터이니….

'배반네거리'라는 거리를 경주에서 본적이 있다. 혼자 피식 웃으며 직진하라는 내비게이션을 배반해볼까? 하고 웃었던 기억과 함께 나는 어땠나? 남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은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지금은 잘 살고 있나? 하고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기억이 났다.
앞에서 언급했던 피아노 트리오 <Piano Trio>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이렇게 세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삼중주를 말하는데 세 명이 함께 연주하는 건 너무도 재밌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합주라는 것 자체가 각 악기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가며 자기의 역할을 잘 해내며 함께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장르인데 그만큼 마음 맞추기도 다른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기도 힘들다.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결국 인간은 혼자 사는 거야' 예전 누군가 나에게 자주 말해주었던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인간은 결국 혼자이지만 혼자 살 수 없는 것처럼 서로 속고 속이지만 또 서로 돕고 배려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게 오늘을 사는 우리의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누군가의 말처럼 그가 그녀가 우리를 배신할지라도 그들의 공약을 믿고 다시 한 번 뽑아본다. 임기기간동안 열심히 할 거라 믿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응원해 주는 바보가 되리라. 슈베르트의 비장했던 멜로디와는 너무나 다른 달콤하게 속삭이는 듯 한 멜로디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 1809-1847>의 피아노 트리오 1번 2악장과 함께  행복한 오늘을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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